"불닭볶음면·삼양라면 T셔츠로 입어요"···K푸드 즐기는 일본 [똑똑!스마슈머]
일본내 K푸드 단기 붐 넘어선 인기 방증
지역 별 특산물 매장 입점한 교통회관엔
작년 韓식품관·안녕한국관 들어서 눈길
부촌 다이칸야마 식료품점선 김치 인기
일본인 운영 '고급 전략' 김치랩도 생겨
국내 식품기업들 日전용 제품으로 공략
韓식품 패키지 반영한 티셔츠도 상품화
일본 내 ‘K 푸드’의 인기가 이제는 웬만해서 화제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많은 일본인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신기한 것’ 아닌 ‘이미 먹어본 것’으로 한국의 음식을 익숙하게 생각하고 또 즐겨 찾는다. 일본 라면의 자존심인 ‘닛신 식품’이 국내 삼양식품(003230)의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베껴 한글을 입힌 제품을 출시한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한다. 실제로 과거 일본 내 코리아타운이나 일부 관광지에 가야만 살 수 있던 한국 생산 식료품은 다양한 지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기 아이템이 됐고, 일본 대형 유통 채널이 현지에서 인기 많은 K푸드 포장을 모티브로 또 다른 상품을 만들어 판매에 나서는 등 ‘한 단계 진화한’ 음식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도쿄의 대표 상업 지구 ‘유라쿠초’에 자리한 교통회관은 전국 특산물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하 2층, 지상 15층 규모의 이 건물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안테나 숍’ 형태로 각지의 인기 상품과 식자재, 기념품을 파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3월 이 건물 지하 1층에 한국 식품을 파는 ‘안녕 한국관’과 ‘한국 식품관’이 들어섰다. 안녕 한국관에서는 각종 김치류를 메인으로 팔고, 2개 매장을 합친 규모의 ‘한국식품관’에서는 과자류와 냉동 김밥, 미역·당면, 가정간편식(HMR), 소스 등 각종 가공식품부터 주류와 편의점의 컬래버 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매대에는 제품 소개와 매출 순위 등을 적은 안내 글이 붙어 있는데, 이를 꼼꼼히 읽어보는 고객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장바구니에 바로 물건을 담는 쪽이 더 많다. 일본 특산물을 구경하러 회관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드라마에서 본 한국 식품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거나 구매하기도 한다.
이렇듯 일본 내 K 푸드의 인기는 한때 끓어오르는 ‘열풍’을 지나 일상에 녹아드는 단계로 진입했다. 과거 인기 드라마나 영화, K팝 등 문화 콘텐츠가 현지 흥행에 따른 후속 반응으로 한국 음식이 ‘특별한 외국 식(食) 문화 경험’으로 유행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거부감 없이 즐기는 메뉴로 자리 잡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장 두드러지게 엿볼 수 있는 것은 ‘장소의 변화’다. 과거 한국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 한류 열풍이 불면 방문객이 급증했던 대표적인 곳이 도쿄의 한인타운 격인 ‘신오쿠보’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쇼핑 명소 ‘하라주쿠’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유라쿠초는 물론,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 음식을 취급하는 매장을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의 부촌(富村)인 다이칸야마의 명소이자 츠타야 서점이 입점해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티사이트(T-SITE)’에는 지난해 3월 고급 식재료 전문점인 ‘푸드&컴퍼니’ 매장이 문을 열었다. 유기농 농산물과 관련 식품을 취급하는 이 매장에서는 김치와 깍두기, 김치 소스,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매장 관계자는 “워낙 인기가 많아 오픈 때부터 해당 제품들을 판매해 왔다”며 “냄새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치 소스는 샐러드나 나베(찌개) 요리에 넣어 가정에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같은 지역에는 일본인이 만든 ‘김치랩(Lab)’도 생겼다. 매장 외관과 내부는 마치 카페·아이스크림 가게처럼 꾸몄고, 상품도 컵케이크나 화장품을 연상케 하는 상자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포장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다이칸야마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활약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1992년부터 김치 사업을 해 온 일본의 식품 회사가 ‘일본 최초 크래프트 김치’를 표방하며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김치랩은 한국식 김치와는 사실 거리가 멀다. 아보카도, 메추리알, 고구마, 올리브, 새우 등 100여 종의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발효 식품’으로서의 김치가 단순히 건강뿐만 아니라 미용식으로도 인기를 끌자 ‘먹고 예뻐지는 음식’으로 이미지를 바꿔 ‘예술의 동네’ 다이칸야마와 접목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김치랩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션 림 쿨재팬TV 그룹 CMO는 “김치가 매우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음식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거기에 일본인의 입맛을 좀 더 가미해 리뉴얼해보자는 시도가 김치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한국 콘텐츠 덕에 김치는 물론, 막걸리 같은 한국 음식이 일본에서는 거부감 없이 친근하다”며 “그만큼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특별한 경험’을 찾는 일본 관광객으로 붐비던 신오쿠보와 하라주쿠의 한국 상점가에서도 이젠 일상 장보기에 나선 현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신오쿠보의 한국 식료품 상점에서는 삼삼오오 함께 쇼핑 온 주부들 사이에서 이전에 구매했던 상품에 대한 품평이나 새로 들어온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대화를 자주 듣게 된다. 최근 현지 매장에서 만난 하라다 아케미씨는 “평소에도 한국 음식을 즐겨 먹기 때문에 호기심만으로 신오쿠보에 오는 것은 아니”라며 “친구들과 자주 와서 쇼핑한다”고 말했다. 하라다씨는 이날도 일본인, 재일 동포 한국인 지인 등 두 명의 일행과 함께 이곳을 찾아 한국 음식을 둘러보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 들어온 HMR을 보며 “지난번 사골 우거지는 맛있었는데, 이건 어떨지 모르겠다”며 기자에게 “먹어본 적 있느냐”고 질문을 건네는 손님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지 상점가에서는 ‘1차, 2차 붐’처럼 일정 간격을 두고 숫자를 바꿔가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뜨는 한류는 이제 구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식품업체들도 현지에 좀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일본 전용’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농심(004370)은 지난해 9월 일본 전용인 ‘코리코레 나베 시리즈’를 출시했다. 라면과 양념이 동봉된 제품으로 고기와 채소를 넣고 끓여 먹는 한국식 전골 요리 제품이다. △부대찌개 △김치찌개 △고추장찌개 총 세 종류로 구성됐는데 반응이 좋아 최근 2탄 볶음요리 시리즈로 △철판닭갈비 △제육볶음 제품을 추가 출시했다. 대상(001680)㈜ 청정원의 ‘오푸드(O’Food)’가 내놓은 냉동 김밥도 인기다. 오푸드는 대상이 한국 음식을 해외 소비자 입맛에 맞춰 현지화한 글로벌 브랜드다. 이 외에도 하이트진로(000080)가 소주 수요가 늘어나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오차와리(お茶割·소주와 차를 섞은 술) 전문점과 기간 한정으로 진로 소주를 활용한 이벤트 음료를 선보이며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섰다. CJ제일제당(097950)은 교자에 익숙한 일본에 ‘비비고’ 왕만두와 물만두 제품으로, 흑초 중심 시장에 과일초인 ‘미초’로 접근하는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 식품의 인기는 ‘이색 티셔츠 판매’로도 이어졌다. 일본 대형 유통 기업인 이온(AEON)은 이달 3일 삼양라면·불닭볶음면·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바프·요뽀끼·신당동 떡볶이·말랑카우 등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식품 8종을 모티브로 제작한 ‘한국기업 컬래버 티셔츠’를 출시했다. 각 제품의 포장재 색상을 반영하고, 중앙에는 제품명을 한글로 넣었다. 이 옷들은 전국 290개의 이온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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