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도전 LG, ‘부동철벽’ 마레이 공백 채워낼까?
KBL 대표적 무관팀 창원 LG 세이커스가 올시즌 또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첫 번째 관문인 4강에서 만날 상대는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 챔피언결정전 3회 우승에 빛나는 신흥명문이다. LG와 SK는 1997년 나란히 창단했다. 두팀다 모기업의 지원이 탄탄하고 열성적인 팬들이 함께하고 있어 창단 당시부터 기대가 컸다.
시작은 LG가 좋았다. 득점 머신 버나드 블런트에게 공격을 맡기고 국내선수들은 수비에 집중하는 극단적 전략을 통해 첫시즌 정규리그 2위까지 차지했다. 첫 구슬을 잘꿰고 시작함에 따라 우승에 대한 LG팬들의 기대감도 컸다. 구단에서도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번도 우승을 하지못한 무관팀으로 남아있다.
그 사이 SK는 3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투자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며 아쉬움 섞인 비난에 휩싸이던 암흑기도 있었지만 문경은 감독 취임 이후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현재는 꾸준한 강팀의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3번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울산 현대모비스(7회), 전주 KCC(5회)에 이어 원주 DB, 안양 KGC와 함께 공동 3위의 기록이다.
현재 KBL 10개팀중 신생팀 고양 캐롯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무관에 그치고있는 팀은 3개팀이 남는다. 수원 KT, 대구 한국가스공사 그리고 LG다. '첫우승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오랫동안 우승에 목마른 팀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갈증을 풀지못하고 있는데 반대로 어떤 팀들은 그 어렵다는 우승을 여러차례씩 가져갔다.
실제로 KBL우승 횟수만 봐도 그렇다. 앞서 언급한 무관의 3팀이 있는가하면 나머지 팀들은 모두 2회 이상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있다. 1회 우승팀은 없다. LG팬들 입장에서는 신기하고도 부럽게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우승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하는 듯 하다. 일단 LG와 SK의 4강 플레이오프는 승자를 예상하기 쉽지않다는 의견이 많다.
SK는 지난 시즌만큼 절대 강자의 모습은 아니다. 살림꾼 안영준이 군복무로 빠져있는 가운데 포인트 포워드 최준용 또한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설사 복귀한다해도 공백기간이 길었던만큼 좋았을 때의 경기력을 당장 회복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거기에 비록 3연승으로 쉽게 통과하기는 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 3경기를 치러냈다.
LG는 4강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해 미리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두터운 선수층까지 감안했을 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변수가 생겼다. 1옵션 외국인선수로 꾸준하게 활약해준 ‘이집트 왕자’ 아셈 마레이(31·202㎝)가 종아리 근육 파열로 플레이오프를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대체 외국인선수로 레지 페리(23·203㎝)를 데려왔지만 어느 정도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공격적인 부분은 몰라도 수비에서는 빈자리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레이는 송골매 군단의 '부동철벽(不動鐵壁)'같은 존재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에 더해 좋은 BQ와 몸을 아끼지않는 허슬 마인드까지 가지고있어 수비에서 공헌도가 매우 높다.
리바운드에 더해 스틸 능력 또한 좋아 마레이가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팀 전체 수비력이 달라질 정도다. 단테 커닝햄(35‧203cm) 또한 좋은 외국인선수라고는 하지만 마레이가 중심을 잡아주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페리가 기대치에 미치지못하고 커닝햄이 과부하에 고전하는 그림은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빠른 템포, 공간활용, 높아진 외곽슛의 비중 등 현대농구는 예전과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있다. 하지만 아무리 변화폭이 크다고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다름아닌 '리바운드의 힘'이다.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하게되면 얻어지는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기본적으로 상대팀보다 많은 볼 소유시간을 가져가며 흐름을 컨트롤 할 수 있으며 동료들 역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슛을 쏘는게 가능해진다. 매경기 감독들이 '리바운드'를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레이는 2년 연속 리바운드왕이다. 지난시즌 13.47개로 골밑의 지배자로 떠오른데 이어 올시즌 역시 12.48개로 리바운드 1위를 차지했다.
거기에 더해 스틸 부분(올시즌 1위, 지난시즌 2위) 역시 접수해버렸다. 개인능력치도 좋지만 루즈볼을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리는 등 매경기 투지넘치는 모습까지 보여주는지라 동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크다. 1옵션 외국인선수가 헌신적으로 몸을 불태우는 모습에 수비 적극성을 비롯한 팀 전체 전투력이 올라가는 보이지않는 효과까지 발생시킨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마레이가 공격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자밀 워니나 오마리 스펠맨처럼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쏟아붓는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좀더 빅맨스러운 선수답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비진을 공략한다. 특히 포스트업은 마레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중 하나다. 예전 선수들같은 경우 빅맨이라면 당연스레 포스트업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최근에는 달라졌다. 힘겹게 몸싸움을 벌이며 포스트업으로 치고나가느니 빠른 발과 슈팅력을 살려 페이스업 공격을 하거나 미드레인지, 3점슛으로 득점을 올리는 4~5번 선수들도 많아졌다. 마레이는 클래식하다. 슈팅거리도 길지않고 아주 빠르다거나 높이 뛰지도 못한다. 대신 우직하다.
원체 힘이 좋은데다 기술적인 완성도까지 높아 마레이가 포스트업을 치고 들어가면 상대는 알면서도 득점을 허용하기 일쑤다. 슛거리가 길지못할 뿐 포스트 인근에서의 손끝 감각은 매우 좋다. 기술의 특성상 도움수비가 자주 들어오기도 하지만 아랑곳없이 2~3명 사이를 뚫고 득점을 성공시키기 일쑤다.
때문에 마레이의 부상은 LG의 시즌 플랜을 통째로 새로 짜야되는 상황까지 만들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조상현 감독 역시 매우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물론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지만 대체 외국인선수로 들어온 페리가 놀라운 공헌도를 선보이며 ‘마레이 시즌2’가 되지말란법도 없다.
더불어 마레이 부상과는 별개로 LG의 선수층은 여전히 탄탄한지라 어떤 팀을 상대로도 풍부한 로테이션을 앞세운 맞춤형 공략법이 가능하다. 우승에 목마른 LG가 1옵션 외국인선수의 부상 악재를 딛고 창원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송골매 군단은 그럴 힘이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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