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서 차에 치여 숨진 택시승객…사고 직전 무슨 일 있었나

경찰, 택시 블랙박스 통해 욕설·폭행 확인
갓길 정차 택시 기사 과실여부도 조사 중

ⓒ News1 DB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고속도로를 달리던 택시에서 기사를 폭행하고 내린 만취 승객이 달려오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전 택시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2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9시20분쯤 호남고속도로 천안 방면 7.6㎞ 지점에서 A씨(52)가 승용차 2대에 잇따라 치였다. 이 충격으로 A씨는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 발생 1시간 전, A씨는 순천시 조례동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술취한 A씨는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고 업주와 실랑이까지 벌였다. 식당을 나선 뒤에도 인근에 주차된 차량 차주와 시비가 붙어 주취소란으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A씨의 지인이 말린 덕분에 현장에서 시비를 벌인 차주와 원만히 해결됐고, 출동한 경찰관의 신원 파악으로 A씨를 택시에 태운 뒤 귀가조치했다.

경찰이 택시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A씨는 귀가하던 중 고속도로 부근에서 횡설수설하며 대뜸 기사에게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택시기사의 만류에도 욕설은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차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로 폭행이 이어졌다. 2차 피해를 우려한 기사는 즉시 차량을 고속도로 갓길에 세웠다.

이어 112에 신고접수를 하던 중 A씨가 갑자기 택시 문을 열고 도로로 뛰어들었다.

택시에서 내린 A씨는 고속도로 1·2차선 사이를 비틀대며 걸어가다 2차로에서 달려오던 차량에 1차 충격을 받고 쓰러진 뒤 뒤따라오던 차량에 또다시 추돌당했다.

A씨가 도로 위 100m쯤 걷다가 승용차에 부딪혀 사고가 났다는 게 택시기사의 진술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택시기사와 운전자들 과실 여부도 조사 중이다.

다만, 차량 내부 폭행으로 2차 사고 위험성이 높았다는 점과 고속도로에서 보행이 불가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운전자들 과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없이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속도로 보행은 못하게 돼 있다"며 "운전자 과실 여부는 조사 중이다"고 설명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