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간 여행·한식예능 12편, 차별화 안간힘에도 반응은 '글쎄'

강애란 2023. 4. 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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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워킹홀리 다양한 콘셉트…"인터넷에 다 있는 여행 정보" 반응도
'장사천재' 백종원 SNS 테러 '불똥'…"음식은 예민한 문화로 조심히 접근해야"
해외 여행·한식 예능 [각 방송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이승미 인턴기자 = 팬데믹으로 제한됐던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스페인, 멕시코, 모로코 등 해외로 떠나는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12일 방송가에 따르면 현재 방송 중인 해외여행이나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예능은 12편에 달한다.

tvN은 나영석 PD의 해외 한식당 운영 예능 시리즈인 '서진이네'를 비롯해 '아주 사적인 동남아', '텐트 밖은 유럽 스페인 편', '장사천재 백사장' 등 4편을 방송한다.

JTBC는 '뭉뜬리턴즈', '한국인의 식판', '글로벌 퇴슐랭, 퇴근 후 한끼' 등 3편, KBS는 '배틀트립2', '걸어서 환장 속으로', SBS는 '수학 없는 수학여행', ENA는 '지구마불 세계여행', 채널S는 '다시 갈 지도'를 선보이고 있다.

방송을 앞둔 '부산촌놈 in 시드니'(tvN)도 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프로그램들도 상당수 있다.

이처럼 해외를 배경으로 한 예능이 쏟아지다 보니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배틀트립' 시즌1(2016∼2020)은 해외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방송된 시즌2는 시청률이 2%대에 머무르는 등 인기가 시들하다. 시즌1 최고 시청률은 7.4%를 기록했다. 지난달 첫선을 보인 '수학 없는 수학여행' 역시 출연자들이 방 배정 복불복 게임을 하는 등 기존 버라이어티 예능과 차별성을 갖지 못하면서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적지와 출연자만 바꿔 단순한 여행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은 "그냥 연예인들이 여행 가서 노는 것 보는 느낌이네", "이런 정보들은 인터넷에 널렸다"는 등의 심드렁한 반응을 보인다.

예능 '텐트 밖은 유럽 스페인 편' [방송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각 프로그램은 같은 여행 예능이라도 차별점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텐트 밖은 유럽'은 조지웅, 최원영, 박명훈, 권율 등 네명의 출연자가 직접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콘셉트로 차별점을 내세웠고, '부산촌놈 in 시드니'는 단순 여행이 아닌 워킹홀리데이로 현지에서 번 돈으로 생활하는 여행기를 그린다.

인기 예능 '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 PD가 만든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보드게임 부루마블을 모티브로 한 프로그램으로 여행지를 무작위로 결정하는 데다 연예인이 아닌 곽튜브, 빠니보틀 등 여행 유튜버들을 섭외해 현실감을 높였다. 다만 출연자들이 고생하는 모습이 반복되다 보니 여행 예능으로서 재미가 떨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식을 내세운 예능도 마찬가지다. '윤식당' 시리즈가 한식당을 운영하며 외국인에게 한식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면 후발주자들은 요식업계 최고로 손꼽히는 전문가인 이연복과 백종원을 내세웠다.

'한국인의 식판'은 이연복이 적게는 100인분, 많게는 300인분에 달하는 단체식을 만드는 예능이다. 이연복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피시 앤 칩스를 뛰어넘는 한국식 생선커틀릿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깻잎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 당황한다.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 [방송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장사천재 백사장'은 한식 불모지에서 백종원이 장사를 하며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을 헤쳐가는 것을 포인트로 잡았다. 실제 모로코 야시장에서 불고기버거와 갈비탕을 팔던 중 장사를 중단하는 일이 생겼다. 낯선 음식이다 보니 할랄 인증을 받았는지, 돼지고기가 아닌지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면서 시장 측에서 장사를 중단시킨 것이다.

다만 백종원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이런 상황을 텃새라며 불만을 품은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모로코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백종원의 개인 소셜미디어(SNS)에는 아랍어, 영어 등으로 "우리를 우습게 봤다", "국가와 종교에 대해 무지한 프로그램"이라는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차별성을 찾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프로그램일수록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는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고, 특히 음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예민한 부분을 건들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예상 밖에 반응이 나온다면 제작진이 이를 적극 해명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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