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비·형사합의금 지원… 운전자보험 공들이는 손보사들

전민준 기자 2023. 4. 1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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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 리포트-손보사 격전지 된 '장기보험'②] 손해율 낮고 잘 팔리는 운전자보험에 집중

[편집자주]손해보험업계에서 어린이·운전자 등 장기보험시장이 다시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IFRS(새국제회계기준)가 본격 시행된 올해부터 장기보험 판매 비중이 높은 손보사가 실적 개선에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장기보험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판매 비중을 90% 이상으로 늘려 저축성보험이 유명무실해 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손보사들은 신상품 출시와 보장 강화, 보험료 인하 등으로 장기보험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운전자보험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KB가 불붙인 '어린이보험' 전쟁… DB손보·메리츠 '초비상'
② 변호사 선임비·형사합의금 지원… 운전자보험 공들이는 손보사들
③ 손보사, 장기인보험에 열 올리는 이유는?

#. 2021년 대형 A 손해보험사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던 직장인 B씨(41)는 지난 3월 대형 C 손보사 운전자보험으로 갈아탔다. 운전경력 14년에 무사고인 B씨가 A 손보사에 매년 납입했던 보험료는 36만원. 지난 3월 한시적으로 다른 C 손보사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이보다 12만원 저렴한 24만원에 가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사와 달리 C사가 운전자보험 변호사선임비 특약이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B씨는 "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을 하면서 보장내용과 보험료 할인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 선점에 적극적이다. 올들어 신규 특약 탑재, 보험금 지급금액 확대에 이어 설계사 시책 강화, 보험료 할인 등 마케팅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운전자보험 손해율이 50~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수익성이 높은데다 만기가 1년마다 갱신하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3년 이상이어서 장기 고객 유치에 유리한 장점 때문이다. 올해부터 자동차 내수판매량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신규 운전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해당 시장을 선점해야겠다는 손보사들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운전자보험 팔면 시책 최대 300%… 경쟁 격화



지난 3월부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설계사들에 최대 300% 판매 시책을 내걸었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시책규모를 지난 2월보다 최소 50%포인트(p)에서 최대 100%p 높였다. 시책은 설계사들이 보험상품 판매 시 판매 수당 외에 별도로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통상적으로 초회보험료(가입 후 최초로 납입하는 보험료)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손보사들은 현금·물품 시상 등을 통해 전속 설게사들의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운전자보험 시책은 KB손해보험이 300%로 가장 높으며 현대해상이 200%, 삼성화재는 150%, 메리츠화재는 150%다. 이를테면 보험설계사가 연간 보험료 36만원인 KB손해보험 운전자보험을 판매할 경우 판매 수당 외 시책비로 9만원을 받는 것이다. 4월에도 손해보험사들은 3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책을 내건다는 방침이다.

손해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 판매 경쟁이 본격화 한 것은 지난 2월이다. DB손해보험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의 3개월 배타적사용권 기간이 만료되자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해당 특약을 탑재한 것이다.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은 약식기소나 불기소 단계는 물론 경찰조사(불송치) 단계에서 변호사 선임비용도 보장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구속 또는 검찰에 의해 공소 제기됐을 때 그리고 약식기소 후 재판이 진행될 때에만 보장했다. DB손해보험의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 탑재 효과로 지난해 11월 운전자보험 신규 계약 건수는 60만3000건을 기록했다. 전월(39만9000건)에 비해 무려 5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DB손해보험의 월 평균 운전자보험 신규 가입자도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월 평균 신규 가입자 보다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DB손해보험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 3월 KB손해보험은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을 탑재, 최대가입금액을 DB손해보험보다 5000만원 높은 1억원으로 내걸었다.

비슷한 시기 메리츠화재·현대해상도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을 탑재, 최대가입금액을 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삼성화재는 기존 특약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운전자보험 특약 중 하나인 6주 미만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피해자가 사망했거나 6주 미만의 상해를 입은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위한 비용)을 기존 8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으로 늘려 지난 13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손해보험사들의 교통사고 처리지원금은 250만~700만원이지만 삼성화재는 이보다 300만~750만원 높인 것이다.


운전자보험 시장 판 커진다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해당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시행된 '민식이법' 이후 운전자 처벌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이 커진 운전자들의 수요에다 손해보험사들도 사실상 포화 상태인 자동차보험에서 눈을 돌리며 시장 확대에 나선 것이다.

특히 장기보험에 포함되는 운전자보험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IFRS17(새국제회계기준)에서도 유리하다. 운전자보험은 IFRS17 하에서 중요 보험 수익 지표로 여겨지는 CSM(계약자서비스마진)이 높은 상품이다. 운전자보험 신계약이 많아지면 IFRS17 하에서는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 2020년 3월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운전자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운전자보험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15개 손해보험사의 2019년 신계약 건수는 358만여건, 2020년 552만여건, 2021년 450만여건을 기록했는데 2020년 가입자가 급증한 것은 '민식이법'이 시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운전자보험은 상해로 인한 사망 및 각종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비용손해 등을 보장받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이 자동차 손해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운전자보험은 운전자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동차 사고 부상치료비 ▲운전자 벌금(대인·대물)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변호사 선임비 등이 핵심 보장으로 꼽힌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 소유자가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나, 운전자보험은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 아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자보험은 운전자의 배상책임 강화로 성장할 것"이라며 "운전자보험, 질병, 상해를 중심으로 한 장기손해보험 시장은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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