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송강호, 이병헌, 하정우 중 누구"…올해 칸영화제 빛낼 국가대표 'K-무비' 진출작은?

조지영 2023. 4. 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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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칸이 인정한 최고의 명배우' 송강호의 굳은 진출일까? 아니면 원조 '월드 스타' 이병헌의 저력과 '믿보배' 하정우의 6번째 러브콜일까.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최고의 영화 축제로 손꼽히는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칸의 무대를 빛낼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간 프랑스 남부지방 칸에서 개최된다. 이에 앞서 칸영화제 측은 오는 13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기준 오후 5시께 올해 칸영화제에서 공개될 공식 초청작을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리스 크노블로흐 조직위원장의 진행 아래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정점을 찍은 칸의 한국 영화 사랑은 이후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진출작 '브로커'로 이어졌다. 특히 칸영화제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하며 지난해 열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에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기며 남다른 한국 사랑을 전했다.

그렇다면 올해 칸영화제는 어떨까. 일단 칸은 '애착 감독' '애착 배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는 영화제인 만큼 올해 역시 송강호를 전면에 내세운 신작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이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유력한 칸영화제 진출작으로 언급되고 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1970년대,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 풍자극이다.

무엇보다 '거미집'은 송강호가 '기생충'의 모든 프로모션을 끝낸 뒤 결정한 차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거미집'까지 칸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는다면 송강호는 '괴물'(06, 봉준호 감독)로 감독주간, '밀양'(07, 이창동 감독)으로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김지운 감독)으로 비경쟁 부문, '박쥐'(09, 박찬욱 감독)로 경쟁 부문, '기생충'(19, 봉준호 감독)으로 경쟁 부문, '비상선언'(21, 한재림 감독)으로 비경쟁 부문, '브로커'로 경쟁 부문까지 통산 8번째 칸영화제 진출로 한국 배우 최다 기록을 세운다. 여기에 '달콤한 인생'(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칸영화제 초청을 받은 김지운 감독이 '인랑'(18) 이후 선보이는 5년 만의 상업 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화제작 중 하나인 재난 스릴러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감독,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제작) 또한 일찌감치 칸영화제에 초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최종적으로 호명되길 기다리고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4년 연재 이후 호평을 얻은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최대 강점은 바로 탄탄한 스토리와 설정, 살아있는 캐릭터의 집대성으로 불리는 'K-재난물'이라는 대목이다. 앞서 칸영화제는 2016년 열린 제69회 칸영화제에서 연상호 감독의 좀비버스터 '부산행'을 비경쟁 부문 중 하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선보여 '메가 히트'를 터트렸다. 당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은 이름처럼 자정에 상영되는 장르물 부문으로 사실상 칸영화제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부산행'의 인기로 주류 부문으로 급부상, 경쟁 부문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모으며 'K-재난물' 신드롬의 시발점이 됐다. 이후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22)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인기를 이어갔고 올해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그 흥행 계보를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칸에서 인지도가 높은 '월드 스타 이병헌과 마블이 선택한 차세대 '월드 스타' 박서준을 품고 있는 만큼 여러모로 칸영화제의 구미가 당기는 한국 영화 신작으로 올해 칸영화제 진출작으로 유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배우' 송강호 못지않게 칸의 러브콜을 받아왔던 하정우 주연 범죄 액션 영화 '피랍'(김성훈 감독, 와인드업필름 제작)도 국내 영화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칸영화제 초청 기대를 받고 있다. '피랍'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된 후 이를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1986년 1월 31일 오전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의 도재승 2등 서기관이 대사관 앞에 다다르자 갑자기 승용차가 앞을 막아서고 기관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네 명의 복면 괴한이 도 서기관을 납치, 8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괴한과 접촉에 성공, 납치 1년 9개월 만에 협상에 성공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장르적 색깔이 짙은 '피랍'은 경쟁보다 비경쟁 부문을 공략하고 있다. 앞서 '용서받지 못한 자'(05, 윤종빈 감독)로 주목할 만한 시선, '숨'(07, 김기덕 감독)으로 경쟁 부문, '추격자'(08, 나홍진 감독)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황해'(10, 나홍진 감독)로 주목할 만한 시선, '아가씨'(16, 박찬욱 감독)로 경쟁 부문 등 무려 5번의 칸영화제 진출에 성공한 하정우가 '피랍'으로 6번째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21년 개최된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이제훈이 구교환을 향한 팬심을 고백, 이후 실제로 캐스팅이 성사되면서 화제를 모은 액션 영화 '탈주'(이종필 감독, 더 램프 제작)도 올해 칸영화제 유력 후보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의,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와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남북 대결과 갈등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주로 그리던 기존의 분단물 공식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탈주'는 탈주하는 자와 추격하는 자, 공존하기 힘든 둘 사이에 오가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약동하는 액션, 탈주 과정의 긴장감 넘치게 다룬 영화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얻었다. 다만 칸영화제가 부담으로 여기는 전쟁, 분단 소재로 올해 초청작에 '탈주'의 이름이 최종적으로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올해 칸영화제는 예년과 달리 '기정사실화'된 한국 영화 진출작이 보이지 않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 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송강호도 지난해 칸의 남우주연상을 가져가면서 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해 준 셈이라 큰 기대는 없다. '거미집'이 워낙 독특한 영화라고 소문이 났는데 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올해 경쟁 진출작의 판도가 갈릴 것 같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피랍' '탈주'도 다른 대작들과 경쟁으로 맞붙기에는 너무 장르적이다. 올해 칸은 한국 영화가 아예 진출하지 못하는 아쉬운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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