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장코인 리포트]④"강남에선 여전히 코인 영업"…'사기' 판별법은?
단독상장 무기로 오프라인 영업하는 경우도 '주의'
[편집자주]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가상자산, 이른바 '단독상장 코인'은 오래 전부터 업계 내 골칫거리로 통했다. 유동성이 적고, 적은 만큼 가격 변동성은 커 시세 조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남 살해' 사건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코인들도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이다. <뉴스1>은 단독상장 코인의 문제점과 투자 시 주의사항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피카 코인(PICA), 퓨리에버 코인(PURE)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가상자산(암호화폐)들이 모두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임이 드러나면서 '단독상장 코인' 중 위험성이 높은 코인을 사전에 판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단독상장 코인이라고 해서 다 위험하거나 '스캠(사기)'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력직도 처음엔 신입이었듯, 모든 코인은 처음엔 단독상장으로 시작한다. 우선 한 거래소에 상장돼야 다른 거래소로 거래 시장을 늘려갈 수 있어서다. 모든 단독상장 코인이 위험하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들은 △한 거래소에만 '장기간' 상장돼 있는 경우 △특정 거래소에 상장돼 있음을 무기로 오프라인 영업 판매를 하는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망 프로젝트'인데 1년 이상 단독상장?…"기간 길면 의심해야"
우선 단독상장 코인으로 거래되는 기간이 긴 경우 의심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통상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투자자 및 생태계 확대 측면에서 최대한 많은 거래소에서 거래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의 로드맵에선 '추가 상장'이라는 키워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거래소에 상장됐다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거래소에도 상장될 수 있도록 상장 신청을 활발히 하는 게 일반적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망한 프로젝트 또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프로젝트라면 앞다퉈 상장하려 한다. 일례로 지난달 세계 '톱2'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가 아비트럼(ARB)을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업비트도 곧바로 아비트럼을 상장한 바 있다.
이 같은 가상자산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1~2년 이상 계속 단독상장 상태라면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대표가 사기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피카 코인(PICA)의 경우, 2021년 6월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된 뒤 2년 가까이 코인원에서 단독상장으로 거래됐다.
또 강남 납치·살인 사건에 연루된 퓨리에버(PURE) 코인도 2020년 11월 코인원에 상장된 뒤 2년 넘게 단독상장 코인이었다. 코인원 상장 직후 빗썸글로벌에 상장된 바 있으나, 빗썸글로벌은 2021년 빗썸 브랜드 사용을 중단하고 비트글로벌로 바뀌면서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사실상 없는 거래소'가 됐다. 퓨리에버는 줄곧 코인원에서만 거래됐다.
단독상장으로 거래된 기간이 긴 만큼 시세조작에도 노출되기 쉬웠다. 한 거래소에서만 작업하면 되므로 통상 가상자산 코인들은 각종 시세조작 및 마켓메이킹(MM)의 표적이 된다.
현재 퓨리에버 코인은 시세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던 2020년 11월 13일 2700원대였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 가격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2원대로 99% 이상 폭락한 상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탐색기인 이더스캔에서 퓨리에버 코인 관련 거래내역을 확인했을 때, 코인원 거래소 지갑과 재단 코인 소각용 지갑을 제외하면 8개 지갑이 74%에 달하는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시세조작 의혹에 힘을 더한다. 몇 개 지갑이 대부분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시세 조작을 위한 '물량 컨트롤'이 용이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국내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프로젝트들이 한 거래소에 상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다른 거래소에도 상장함으로써 유망한 프로젝트라는 걸 투자자들에게 증명하려 한다. 보통 분기별 로드맵을 발표할 때 '추가 거래소 상장'이라는 키워드는 꼭 하나씩 넣는다"며 "1~2년 가까이 다른 어느 곳에도 상장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대형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무기로 오프라인 영업도
만약 기간만으로 단독상장 코인의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 오프라인 판매 영업 같은 부차적 요인도 판단 방법이 될 수 있다.
마땅한 기술력이 없음에도 코인을 발행한 이른바 '스캠' 프로젝트들은 상장 수수료(상장피) 등을 내고 거래소 한 군데에 코인을 상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한 군데에만 상장시키면 이는 곧 영업을 위한 무기가 된다. 어느 거래소에 상장돼 있음을 미끼로 오프라인 영업을 뛰는 프로젝트가 여전히 국내 가상자산 시장엔 여전히 존재한다.
가상자산을 직접 발행하고 직접 상장시킨 경우이긴 하나, 대표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확정받은 '브이글로벌' 사태도 한 사례다. 브이글로벌은 그럴듯한 가상자산 거래소의 외형을 갖추고 일종의 거래소 토큰인 '브이캐시'를 발행했다. 브이글로벌에 돈을 넣으면 브이캐시를 주고, 브이캐시는 브이글로벌에 상장돼 있어 다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강남 테헤란로 일대 호텔과 관광버스 등에서 오프라인 영업을 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강남에서 주로 어르신들을 상대로 하는 코인 판매 영업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오프라인 영업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인을 구매한 뒤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 투자자들에게 어느 한 곳에라도 상장돼 있다는 건 큰 무기가 된다. 거래소를 쓸 줄 모르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해 전달해주는 구매 대행까지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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