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 국회의원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 [프리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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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의를 두고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 말이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교수들은 선거제 개혁안을 구상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의 주도권을 쥔 현역 국회의원들을 불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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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 논의를 두고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 말이다. 3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전원위원회(전원위)에 올릴 안건에 ‘정수 확대’를 명시할 것인지를 두고 입장을 번복했다(〈시사IN〉 제811호 ‘국회의원 300명 모여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기사 참조). 정개특위가 최종적으로 전원위에 올린 안건에는 정수 확대에 관한 언급이 모두 빠졌다.
취재하면서 들은 정개특위 소속 양당 의원들의 이야기는 비슷했다. 선거제를 개혁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고 국회가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라도 정수 확대가 필요하지만, 반대 여론이 큰 상황에서 누가 그 얘기를 꺼내겠느냐는 것이었다. 필요하다면 “국회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국민을 설득(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유권자들이 ‘그들만의 리그’ ‘밥그릇 싸움’이라고 취급해 선거제 개편 논의에 냉소를 보내면, 거기에 기대 유야무야 현상 유지에 그치려는 것처럼 보였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기존 선거제도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한 이들이다.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교수들은 선거제 개혁안을 구상하며, 공직선거법 개정의 주도권을 쥔 현역 국회의원들을 불신했다. 그 결과가 정개특위 안에서 빠진 ‘지역구 의석을 그대로 둔 채, 비례 의석을 늘리는’ 방안이다. 초당적 청년 정치인 모임 ‘정치개혁 2050’은 국회의원의 세비와 정수를 국민이 참여하는 제3 기구에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제 개편은 복잡하고 그들만의 리그처럼 느껴지지만 곧바로 내년 총선 투표 결과와 연결된다. 관성적으로 또는 강력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게 아니라면, 유권자들은 투표 전 그간 정당이 해온 정치적 활동과 내세운 공약,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핀다. 현재 논의가 한창인 ‘개방형 명부’가 도입되면 비례대표 선거에서 정당뿐만 아니라 후보자까지 투표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 300명이 모두 토론에 참여하는 전원위가 시작됐다. 선거제 개편을 두고 벌이는 ‘국회의원의 논쟁’이 공개된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이전과 달리 전원위가 열린 건 지난 총선의 ‘위성정당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양당 지도부가 타협해 국민의 기대와 상반된 결과를 낳지 않도록, 공론화를 통해 ‘정치개혁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다. 이제 국회를 향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냉소에 기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오히려 선거제 개혁을 역진하려고 시도하는 의원이 누구인지 지켜봐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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