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 아홉 번째 4월…살아내는 가영이들에게

김미경 2023. 4. 12. 07: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가영(26)씨가 떠올린 '그 날'의 기억이다.

유씨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다.

유가영 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유씨는 "요즘도 때때로 찾아드는 악몽이 나를 그날의 바다로 데려간다"면서도 "지금 힘든 순간을 겪는 이들이 글을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유가영|164쪽|도서출판 다른
2014년 4월16일 참사 후 3285일
세월호 생존학생의 첫 에세이
유가영씨가 떠올린 그날의 바다
9년간의 아픔과 회복 과정 녹여내
스물여섯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아침 식사를 담아온 식판이 문득 기울어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배가 커브를 돌고 있어서 그런가 봐’라며 대수롭지 않게 밥을 먹었다. 그러나 객실에 돌아와서도 배가 기울어진 게 느껴졌다. 누워 있기 힘들 정도였다. 머지않아 배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 얼마쯤 기다렸을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세요.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가만히 계세요.’”

유가영(26)씨가 떠올린 ‘그 날’의 기억이다. 유씨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생존한 단원고 2학년 학생 중 한 명이다. 325명 아이 중 생환한 이는 불과 75명. 유가영 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가 참사 이후의 삶을 담은 에세이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다른)를 펴냈다.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거절해왔던 유씨가 처음 목소리를 낸 것이다. 세월호 생존자가 직접 책을 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이었던 생존자 유가영씨가 지난 9년간의 일기를 담아 ‘바람이 되어 살아낼게’(다른)라는 책을 펴냈다. 세월호 생존자가 직접 책을 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사진=다른 제공).
유씨가 고심 끝에 고른 책의 제목은 ‘살아내다’이다. ‘살아가다’, ‘살고있다’가 아닌, 주어진 시간을 살아 견뎌내는 삶. 책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으면서도 평범한 삶을 꿈꾸며 치열하게 살아온 일상의 기록이 담겨 있다. 유씨는 “요즘도 때때로 찾아드는 악몽이 나를 그날의 바다로 데려간다”면서도 “지금 힘든 순간을 겪는 이들이 글을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씨에 따르면 참사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초반 1∼2년은 잘 지낸다 싶었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다. 도서관 사서가 되려던 그에게 책 읽기는 너무 힘든 일이 됐다. 마음이 고장 난 자신을 용납할 수 없어 자해를 시작했다. 대학에 간 뒤엔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이겨내려는 노력은 내려놓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과는 상관없이, 슬픈 건 슬픈 거라고. 그걸 알게 된 뒤 저는 자신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도움받았던 스쿨닥터의 마음건강센터에서 인턴을 하며 씨랜드(1999) 유족을 만났다. 여느 대학생처럼 해외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했다. 단원고 생존 친구들과 ‘운디드 힐러’(Wounded Healer: 외상 후 성장을 겪어 치유자가 된 사람을 일컫는 용어)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재난 피해자를 돕는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를 알려주는 인형극을 기획하고, 산불 피해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사랑방도 운영했다.

아홉 번째 4월, 그는 지금도 매일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모두 고통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라고 유씨는 말한다. 유씨는 자신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고, 평생에 남을 상처를 평범한 그가 완전히 극복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깨달았다”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책 출간을 권유받고,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 책을 쓴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는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놀러 갔다 사고 난 게 자랑이냐’는 식의 비방과 혐오,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와 유가족, 책임을 미루는 어른들 모습 등이 세월호 참사 때와 바뀐 게 없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유씨는 재난 재해 현장을 누비는 비정부기구(NGO) 활동가가 되는 게 꿈이다. “저는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다음 세대인 아이들도, 더 성장해 나갈 저의 세대 사람들도 우리 앞에 벌어진 참사에 두 눈을 뜨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남겨진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 나라에 사는 사람으로서, 많은 노력을 할 거예요. 부디 관심을 거두지 않기를, 생각을 멈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