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장코인 리포트]③강남 'MM팀'의 돈은 '나홀로 코인'으로 쏠린다
시세 조작 의심에도 상폐로 이어지진 않아…투자자 보호 시급
[편집자주]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가상자산, 이른바 '단독상장 코인'은 오래 전부터 업계 내 골칫거리로 통했다. 유동성이 적고, 적은 만큼 가격 변동성은 커 시세 조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남 살해' 사건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코인들도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이다. <뉴스1>은 단독상장 코인의 문제점과 투자 시 주의사항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벌어진 납치·살인 사건에 대해 아는 내용을 폭로하겠다는 한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강남에 위치한 A호텔이 등장한다. 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 코인 마켓메이킹, 이른바 'MM'으로 큰 돈을 벌어들였고 이에 원한을 가진 투자자들이 그를 A호텔에 감금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가상자산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호텔은 단순한 호텔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8~19년부터 A호텔 1층 카페는 코인 MM업자들의 아지트로 불렸다. 카페에만 가면 MM 관련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했다"며 "A호텔 한 층을 MM업자들이 전부 빌려서 쓰고 있다. 코인 업계에서 호텔 이름이 일종의 '밈(Meme)'이 될 정도다"고 전했다.
마켓메이킹(MM)은 본래 불법이 아니다. 특정 종목의 거래를 희망하는 투자자가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제공해주는 행위를 칭한다. 공급과 수요가 항상 일치할 수 없기 때문에 중간에서 그 불균형을 채워줌으로써 오히려 투자자들이 원활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증권 시장에서는 시장조성자(MM) 제도, 유동성공급자 제도(LP) 등으로 제도화돼있는 행위이기도 하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매도·매수 양방향 호가를 제시함으로써 유동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유동성공급자 제도 하에선 증권사가 거래소가 아닌 상장기업과 계약을 맺고 유동성을 공급한다. 모두 원활한 증권 거래를 위한 행위다.
하지만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MM'이 고질적 문제로 통한다. 가상자산 시장은 증권 시장처럼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이 사실상 '시세 조작'으로 변질된 것이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안정적 거래를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거래량과 가격을 높임으로써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MM이 활개치고 있다. 이 같은 행위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팀은 이른바 '코인 MM팀'으로 불린다.
◇'단독상장'이어야 'MM 대상'…"물량 컨트롤 쉬워"
호텔 한 층을 빌려쓸 정도로 세력을 넓힌 'MM팀'들의 돈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MM 대상'을 선정하는 두 가지 기준을 언급했다. △재단(발행사)에서 코인 물량 대부분을 보유 중인 경우 또는 시장에 풀렸던 코인이 다시 재단으로 회수된 경우 △특정 거래소에 단독상장된 경우다.
대부분 MM은 가상자산 발행사에서 MM팀에 의뢰함으로써 이뤄진다. 이 때 발행사가 코인 물량을 컨트롤할 수 있을 정도로 보유하고 있어야 MM에 용이하다.
따라서 발행사가 코인 물량 대부분을 보유 중인 경우 MM팀이 MM 대상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 가격 하락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다 팔아버린 코인일 경우, 유통됐던 물량이 재단으로 회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역시 MM 대상이 될 수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했다면, 다음은 단독상장이다. 거래량을 부풀리고 가격을 끌어올리려면 한 거래소에서 작업하는 게 쉽기 때문이다. 발행사가 물량을 컨트롤할 수 있고 특정 거래소 한 군데에만 상장된 코인이라면 'MM 대상'이 되기 적합하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여러 거래소에 상장돼있을 경우 거래소를 오고 가며 가격을 맞춰야 하지만, 한 거래소에만 상장돼있을 경우 물량 컨트롤이 훨씬 쉽다. 이 때문에 비교적 건드리기 쉬운 단독상장 코인들이 MM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시세 조작' 의심 코인은 대부분 '단독상장'…그래도 상폐는 'NO'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간 시세 조작 사실이 밝혀지거나, 조작 의혹을 받은 코인들은 대부분 단독상장이었다.
일례로 코인원에서 '부정거래 의심 정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상장 폐지된 도니파이낸스(DON)는 장기간 코인원에만 단독상장돼 있었다. 도니파이낸스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560% 오른 뒤 일주일만에 가격이 '6분의1'이 됐고, 한 달 뒤엔 가격이 '17분의1'이 되는 등 매우 수상한 가격 추이를 보인 바 있다.
시세 조작 의혹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된 아로와나토큰(ARW)도 조작 의혹을 받았던 당시 빗썸에 단독상장된 코인이었다. 아로와나토큰은 빗썸에 최초 상장된 지 31분 만에 상장가 50원에서 5만3000원대로 가격이 10만% 급등했고, 상장 사흘 후엔 6분의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강남 살인 사건과 연루된 코인 퓨리에버(PURE)도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단독상장 코인이다. 퓨리에버 코인은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던 2020년 11월 13일 2700원대였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 가격을 기록했다. 한 달만에 4배 넘게 오른 것이다. 이후 한 달만에 가격은 3분의1 수준이 됐다. 다만 재단은 '가격 펌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시세 조작 가능성에도 불구, 의혹을 이유로 상장 폐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해 12월 상장 폐지된 도니파이낸스 사례가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아로와나토큰도 여전히 빗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해외 거래소 상장에도 불구 빗썸 거래량이 95% 이상인 '사실상 단독상장' 코인이다.
이는 곧 투자자 피해로 이어진다.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올리면서 '개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이내 가격을 폭락시키며 투자자 손실을 키우는 MM 수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시세 조작 의혹이 제기된 코인은 100개 중 1개도 안 될 것"이라며 "수상한 가격 추이를 보인 단독상장 코인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유의종목 지정이나 상장 폐지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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