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밭 전부 잿더미로”…강릉 산불에 삶의 터전 잃은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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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들의 탈출 당시 긴박한 상황과 삶의 터전이 소실된 사연 등이 전해졌다.
연합뉴스, 뉴스1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 임시 대피소에 있던 산불 피해 이재민 전모(69)씨는 "20년 넘게 산 집이랑 밭이 전부 잿더미가 됐으니 살 맛이 안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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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동해안 산불로도 한 차례 터전 잃어
“농사로 생계유지했지만 밭 전소돼 막막”
주불 진화에도 재발화 신고…상황 주시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들의 탈출 당시 긴박한 상황과 삶의 터전이 소실된 사연 등이 전해졌다.
강릉 저동 주민인 전씨는 이번 산불로 23년간 살았던 99㎡ 규모의 2층 주택과 밭을 잃었다. 그는 2000년 4월 발생한 동해안 산불로 터전을 한 차례 잃어 한동안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했었다고 한다.
전씨는 아침 8시 30분께 동네 주민으로부터 “근처에 산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연락을 받고 집 밖으로 나왔지만 사방이 까만 연기로 가득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 “곧바로 집에 있던 아내, 아들과 함께 탁 트인 곳을 향해 계속 뛰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가족이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입고 온 옷가지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막막하다”며 “그동안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밭이 다 타버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인 70대 김모씨는 이번 산불로 운영해오던 펜션을 잃었다.
김씨는 “아침에 직선거리로 우리 펜션에서 60여m 떨어져 있는 인월사 대웅전 지붕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봤는데 그로부터 10분도 안 돼 불이 펜션 앞까지 번졌다”며 “진화한 뒤 바로 펜션으로 달려갔지만 모두 타 뼈대만 남아 있었다”고 했다.
생사의 기로에 있었다던 김홍기(59)씨는 15년 전 버거시병으로 다리를 잃어 자력으로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옆집에 살던 베트남 국적의 남성 2명이 나타나 자신을 부축하고 차량에 태운 뒤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긴급한 상황인데도 몸 불편한 나를 챙겨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며 “그 친구들 아니었으면 그대로 산불에 휘말려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시 대피소에서 대기 중이던 강릉시 관계자는 “이재민들이 새로운 거처를 얻고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구세군 등도 이재민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49명의 이재민은 강릉 아이스아레나 임시대피소에서 머물고 있으며 사천중학교로 대피했던 29명은 귀가한 상태다.
주불은 약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재발화 의심 신고가 곳곳에서 접수돼 소방 당국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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