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2천억 쓴다지만…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 공허한 이유

박다해 2023. 4.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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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4년간 2137억원을 투자한다.

산후조리 경비를 지원하고 35살 이상 고령 산모의 검사비를 지원하는 등 임산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후조리 경비 지원 등은 정부에서도 생각지 못한 빈틈을 찾은 것"이라며 "임산부에게 국가유공자 수준의 대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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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현금성 지원 반복에…여성을 ‘출산하는 몸’으로 인식
픽사베이 재가공

서울시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4년간 2137억원을 투자한다. 산후조리 경비를 지원하고 35살 이상 고령 산모의 검사비를 지원하는 등 임산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현금성 지원을 반복하는 형태인데다 여성을 ‘출산하는 몸’으로 바라보는 틀이 바뀌지 않아 ‘저출생 대책’으로 부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1년 기준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626으로 전국 최저다.

서울시는 11일 임산부가 임신·출산 과정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오세훈표 저출생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오는 9월부터 서울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모든 출산 가정이 산후조리 경비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전국 최초로 35살 이상 고령 산모에게 1인당 최대 100만원의 검사비도 지원한다. 둘째 아이를 임신, 출산할 경우 첫째 아이 돌봄에 어려움이 없도록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 본인 부담금도 최대 100%까지 지원한다. ‘임산부 교통비’(70만원)는 이달부터 대중교통, 유류비 외에 기차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산후조리 경비 지원 등은 정부에서도 생각지 못한 빈틈을 찾은 것”이라며 “임산부에게 국가유공자 수준의 대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서울형 저출생 대응 정책과제 개발 연구’ 내용과도 거리가 있다. 재단이 지난해 6월 서울시 20~40대 시민 11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자녀 여성(294명)은 출산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25.5%), “아이가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니라서”(18.4%) 등을 주로 택했다.

성별에 따라 ‘출산의 전제 조건’도 달랐다. 여성은 ‘공평한 가사 분담’과 ‘남성의 적극적 양육 참여’를, 남성은 ‘주거, 일자리’를 꼽은 것이다. 재단은 “결혼과 출산 후 일과 돌봄의 분배와 관련해 남녀 격차가 예상보다 훨씬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며 “경제적인 요인 이외에 여성들이 느끼는 사회·문화적인 부담의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당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출생을 해소하기 위해선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평등한 일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남성 양육자의 돌봄 역량을 강화하고, 서울 소재 기업이 성평등 직장문화를 조성하도록 하며 ‘일하는 양육자’의 고충과 차별 사례를 공유하는 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울시의 이번 대책을 두고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저출생 대책이라기보다 출산 장려 정책으로 여성의 몸을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틀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 임신 중이거나 출산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에게는 별다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저출생은 노동, 성평등, 돌봄,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라며 “함께 돌보는 사회로의 전환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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