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쓰레기장이 꽃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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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애초에 택지를 분양받아 주택을 짓고 살아온 주거형태의 마을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빈터에 원룸을 짓기 시작하더니 차츰 주택을 헐어내고 원룸을 짓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원룸에는 대부분 근처 산업단지나 C 통운 회사의 노동자들이 들어온다지만, 자주 바뀌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나가보니 원룸 옆의 우리 집 차고 앞에 정리되지 않은 골판지 상자가 수북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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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애초에 택지를 분양받아 주택을 짓고 살아온 주거형태의 마을이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빈터에 원룸을 짓기 시작하더니 차츰 주택을 헐어내고 원룸을 짓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제는 주택보다 원룸이 더 많아져서 우리 집 주변에도 앞과 옆에 모두 원룸이 들어섰다. 원룸에는 대부분 근처 산업단지나 C 통운 회사의 노동자들이 들어온다지만, 자주 바뀌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웃들과 대문 앞에 둘러앉아 커피 나눠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시부모님들의 시절이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원룸은 여러 세대가 사니까 쓰레기 처리가 중구난방이 돼 건물 앞에 늘 쓰레기가 쌓여있기 쉽다. 그나마 건물에 집주인이 거주하는 경우는 관리가 좀 되는데, 우리 옆집처럼 세입자만 사는 경우는 건물 한구석이 언제나 쓰레기로 어질러져 있다. 그런데 그곳이 하필 우리 집과 잇대어 있는 장소여서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하루는 주로 바깥 관리를 맡아 하는 남편이 우리 집 앞에 골판지 상자가 잔뜩 쌓여있다고 심란해했다. 얼마 전까지는 재활용품을 모아가는 분들이 상자가 나오기 무섭게 정리해 가니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종잇값이 폭락해서 상자에 붙은 접착테이프를 모두 떼고 말끔히 정리해놓지 않으면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가보니 원룸 옆의 우리 집 차고 앞에 정리되지 않은 골판지 상자가 수북이 쌓여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그것들을 깨끗이 정리해 치우고, 그 자리에 쓰레기 투기 금지 팻말을 세우기로 했다. 상자를 정리하면서 보니 원룸 사람들뿐이 아니고 다른 이웃들이 가져다 놓은 게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번 쓰레기장이 되고 나면 모두가 슬쩍슬쩍 가져다 보태게 마련인 것이다.
그것들을 모두 정리해 묶어놓고 흔히 보아왔던 대로 쓰레기 투기 금지 문구를 써 붙이려니,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바로 옆에 여기는 내 집이니 넘어오지 말라고 선을 긋는 것도 민망한 일이지만, 그걸 써 붙여 놓고 누가 침범하나 분을 낸 마음으로 지켜볼 일도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흙을 담아 부추를 기르던 커다란 고무통을 그 자리에 옮겨 놓고 흙을 돋운 다음 지난해 받아놓은 꽃씨를 뿌렸다. 고무통 한쪽에다 백일홍, 금잔화, 해바라기, 작은 팻말도 꽂아놓았다. 새싹이 자라면 옆에 화분들을 놓고 모종을 옮겨 심어 쓰레기장을 꽃밭으로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잠시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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