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현대에서 고대 이집트를 가다-2

유병숙 충남건축사회 부회장 2023. 4. 1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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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숙 갑진건축사사무소 건축사(충남건축사회 부회장)

우리가 피라미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축조술과 규모 그리고 고대에 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든 이집트인들에 대한 경외가 아닐까. 기자의 피라미드 3개 중 가장 규모가 큰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약간의 인내를 갖고 기다릴 수 있다면 4500년 전 왕의 무덤 내부를 돌아볼 수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구성하고 있는 약 230만 개의 돌 한 개의 무게는 평균 2500kg, 높이는 137m에 이른다. 14세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무덤 안으로 통하는 통로는 9세기경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 알 마문이 대피라미드를 도굴할 때 뚫어 놓은 입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왕의 무덤으로 가는 길은 좁고 가파른 경사로를 4분 정도 몸을 숙인 채 쪼그려 앉아 올라가야 하는데, 무덤에서 나오는 이들의 얼굴이 모두 상기돼 있었다. 내부가 많이 덥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좁고 낮으며, 긴 동굴은 서로 기다려 주고 응원하며 지나는 길이다. 좁고 낮은 공간에 이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큰 회랑이 나타난다. 거대한 건축물 내부에 이렇게 거대한 대회랑이 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 용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랑의 끝에서 다시 한번 짧고 좁은 통로를 지나면 드디어 왕의 방에 다다른다. 이 거대한 피라미드의 중심이라고 한다. 방에는 왕의 빈 돌관이 있고, 2방향으로 아직 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구멍이 있는데 그 뚫린 방향이 각기 다르다. 왕의 방은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매우 습하고 더웠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처음부터 비어 있었다고도 하고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방들에 부장품들과 유골이 있을 것이란 여러 가설이 있을 만큼 여전히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은 건축물이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돌아보며 크기에 놀라고 건축술에 또 한 번 놀랐으며, 경이롭기까지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계도 절실히 느껴지고 이렇게 멋있고 강력했던 이집트의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이집트 고대 유물들을 보려면 이집트 박물관에 가는 것이 좋다. 1897년 오픈한 이집트 박물관에는 시대별 유물과 고대 이집트의 종이었던 파피루스 위에 쓰여진 저승 안내서 '사자의 서'와 투탕카멘의 묘에서 발견된 1700점의 유물 등 파라오 시대와 그리스·로마시대의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경외감이 든다. 3200여년 전 황금관, 조각품 등 유물들의 정교함과 화려한 솜씨는 그 시절 발달했던 예술의 수준을 통해 이집트 문명을 가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10살에 왕위에 오른 투탄카멘은 불과 18세의 나이에 수명을 마친다. 이집트에서 유일하게 유물이 훼손되지 않은 채 발견된 어린 왕의 무덤은 왕의 계곡에 있다. 발견 당시 왕의 무덤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아 왕의 관과 더불어 그때까지도 향기가 남아 있었던 향료와 의류, 무기 등 진귀한 유물들이 무더기로 출토됐다고 한다. 지금 왕의 무덤엔 유물은 없지만, 벽화와 더불어 미이라가 있는데 다른 무덤과 달리 돌아보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미이라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그가 가진 안타까운 사연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덤 덕분에 우리가 지금 3200여년 전의 수준 높은 고대 이집트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린 왕의 무덤은 발굴에 참여한 관련자 13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하면서 투탕카멘의 저주로 불리우며 많은 이들에게 회자 됐다. 발굴되기 전 관 위에 고대 이집트어로 '파라오의 평안을 방해하는 자는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쓰여진 석판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반나절 박물관에 있었으나, 제대로 보려면 며칠을 돌아봐야 할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다. 현재 이집트는 그레이트 뮤지엄이라는 또 다른 박물관을 기자의 피라미드 주변에 신축해 유물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 하니 머지않아 이집트 박물관과 더불어 그레이트 뮤지엄을 통해 좀 더 집약되고 정리된 이집트의 역사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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