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와는 다를 11년, 올해는 바둑관과 신념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신진서가 그리는 2023년, 그리고 미래

윤은용 기자 2023. 4. 12.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진서 9단이 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24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뒤 스포츠경형과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 | 윤은용 기자



3년이 넘도록 한국 바둑의 최강자 자리는 신진서 9단(23)이 지키고 있다. 이제 한국을 넘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그를 대적할만한 기사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신진서는 지난 10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24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이원영 9단을 꺾고 종합 전적 2-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입단한 후 11년 만에 개인 통산 3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상대인 이원영이 “이번 대국전까지 내 전성기라고 생각했는데, 결승에서 너무 호되게 맞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일방적인 완승이었다.

대국 후 기자와 만난 신진서는 “지난해에는 세계대회만 너무 생각해서 국내대회에서는 안 좋은 대국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대국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하니 국내대회와 세계대회 모두 바둑을 잘 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입신’으로 불리는 9단 입단 후 맥심커피배에 처음으로 출전해 우승했던 신진서는 이후 다시 맥심커피배 정상에 서기까지 4년이 걸렸다. 유독 안풀리는 대국도 많았고, 쓰라린 역전패도 있었다. 이번 대회 역시 첫 상대였던 이지현 9단에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상대 실수를 놓치지 않고 추궁해 가까스로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신진서는 “그 동안은 뭔가 좀 꼬였다. 30대 강자들을 만나 뭔가 기세에 말리는 듯 한 느낌도 몇 번 있었다. 이번에도 첫 판에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운좋게 이겨서 여기까지 왔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몇 년간 독보적이었던 신진서의 기세는 올해 절정에 달했다. 아직 4월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40번의 대국을 했고, 그 중 37번을 이겼다. 승률은 92.5%. 대국이 많이 남아있긴 해도 실로 엄청난 페이스다. 특히 지난 2월26일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박정환 9단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19연승을 기록 중이다.

‘연간 승률 90%’라는 꿈의 기록에 도전하는 신진서는 정작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진서는 “내가 만약 중국 기사였다면 70% 후반, 힘을 더 썼다면 80% 초반대 승률에 그쳤을 것이다. 중국 기사들은 나를 상대로 반드시 이기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한국에서도 80년대에 태어난 황금세대 기사들을 상대할 때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운을 뗀 뒤 “그런데 오더가 먼저 나오는 바둑리그를 예로 들면, 대국할 때 나를 상대로 포기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실력이 2~3점 차이가 나는게 아니라 나도 당연히 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이기는 느낌도 들어 대국이 끝나고도 찝찝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진서라는 이름이 주는 ‘이름값’에 눌려 시작부터 반 정도는 포기하고 들어가지 말고 제대로 ‘뜨거운’ 승부를 한 번 해보자는 뜻이다. 신진서는 “강동윤 사범님이나 원성진 사범님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나를 상대로 (승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단 11년째에 우승 30회를 달성한 신진서는 우승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은 바둑 인생에서 50회를 더해 최종적으로 우승 80회를 목표로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금 기세라면 우승 100회도 가능할 듯 한데, 신진서의 생각은 좀 다르다. 신진서는 “지금까지의 11년과 앞으로의 11년이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난 지금 모든 대회에 집중을 하고 있는데, 목표를 많이 달성했을 40대까지 지금의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이창호 사범님이 우승을 140번 했다. 엄청난 기록이라 감이 잘 안 온다. 이 기록은 당연히 안될 것 같다. 우승 100회는 목표를 잡는다면 잡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신진서는 세계대회 우승을 중국의 1인자인 커제 9단보다는 많이 하고 싶다고 확실하게 강조했다. 현재까지 커제는 8번, 신진서는 4번 우승을 차지했다. 신진서는 “세계대회는 무조건 승패만 있다. 그래도 내가 한국 랭킹 1위인데 커제는 당연히 넘어서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세계대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신진서에게 중요한 한 해다. 한 동안 질질 끌던 ‘바둑 올림픽’ 응씨배 결승전이 오는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게 확정됐고,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열린다.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와 LG배는 물론 몽백합배도 올해 다시 열린다. 이 중 신진서가 주목하는 것은 역시 중국의 셰커 9단을 상대하는 응씨배 결승과 아시안게임이다. 신진서는 “응씨배는 무조건 우승해야 하고 아시안게임도 금메달을 따야 한다. 부담이 솔직히 큰데, 그런 부담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먼저 시작하는 응씨배를 지면 이후 압박감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내가 세계대회를 우승할 때 항상 불안하게 우승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만 좀 (내용이) 괜찮았다”며 “세계대회에서 압박감을 안 느끼려해도 나도 모르게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 실력도 실력인데, 그보다는 내 바둑관, 신념 등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광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