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에 진심"…기네스북 기록 보유자의 '반전' 직업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정영효 2023. 4. 1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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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하늘을 난 종이 비행기는 29.2초를 떠 있었다.

기네스북의 종이 비행기 체공시간 기록을 세운 사람은 도다 다쿠오라는 일본인이다.

체공 시간 세계 기록을 세운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도다는 세계 최초의 '우주 종이 비행기'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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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이 어때서'…日 강소기업 탐방 (7)
체공시간 세계 기록 보유자, 도다 다쿠오
전용타워 건설하고 세계 첫 '우주 종이비행기' 도전
진짜 직업은 히로시마 금형회사 2대째 사장
도쿄올림픽 성화 부품도 납품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하늘을 난 종이 비행기는 29.2초를 떠 있었다.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기록이 12초였다.

기네스북의 종이 비행기 체공시간 기록을 세운 사람은 도다 다쿠오라는 일본인이다. 종이 비행기를 보다 멀리, 오래 날리기 위해 전용 타워를 건설할 정도로 종이비행기에 진심인 기인이다. 체공 시간 세계 기록을 세운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도다는 세계 최초의 '우주 종이 비행기'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상공 150㎞ 지점에서 70㎝짜리 종이 비행기를 날려서 도중에 불타버리지 않고 지구에 착륙시키는 시도다. 크기를 70㎝로 만드는 이유는 사람이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최소 사이즈여서다.

꿈만 꾸는게 아니라 이미 몇차례 시도도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우주선 끄트머리에 매단 종이 비행기가 상공 150㎞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번번이 떨어져 버렸다. 도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150㎞에 도달할 때까지 종이 비행기가 우주선에서 떨어지지 않는 전용 부품을 개발했다.

종이 비행기에 미친 도다는 우주물리학자냐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사실은 종이 비행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형회사 사장이다.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의 금형회사 캐스템(CASTEM)의 2대째 사장이 도다 다쿠오의 직함이다.

금형은 제품의 틀을 만들어 같은 모양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붕어빵 기계를 생각하면 쉽다.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각종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공산품이 금형으로 만들어진다.

빠른 시간 안에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금형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어찌됐건 종이 비행기와는 관련이 없다.

도다 사장은 "어린 아이 같은 꿈이란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광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오늘 갑자기 우주에서 종이 비행기가 내려온다고 생각해 보라. 전세계인이 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 볼 것 아닌가. 전쟁을 잠시 멈추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가끔은 아이 같은 꿈이 더 설득력이 있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종이 비행기에 미친 괴짜 사장이 이끄는 금형회사 케스템은 일본 금형업계에서 유일하게 실적이 늘어나는 기업이다. 특히 차세대 금형 기술로 평가받는 금속 사출성형(MIM)은 일본 1위다.

금속 사출성형은 3D 프린팅용 소재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 기계, 의료기기, 3D 부품, 우주항공 등 활용법이 무궁무진한 금형 기술이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평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미국과 태국, 필리핀, 콜롬비아 등 해외에 진출해 5개 공장, 1개 연구소에 1200여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직원수 1700명 규모의 베트남 공장도 문을 연다.

금형 기술이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돼다 보니 거래기업만 2000곳에 달한다. 신칸센 부품, 우주복, 잠수복, 의료기기, 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하겐다즈에도 캐스템의 제품이 쓰인다. 2020년 도쿄올림픽 성화에도 캐스템 제품이 채택됐다. 성화의 불꽃과 맞닿는 금속 부품이 캐스템 제품이다.

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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