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장코인 리포트]①퓨리에버·피카…'문제코인'은 코인원 단독상장
상장팀장 구속으로 '뒷돈 상장' 의혹…의혹 코인들, 남아있을 가능성도
[편집자주]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가상자산, 이른바 '단독상장 코인'은 오래 전부터 업계 내 골칫거리로 통했다. 유동성이 적고, 적은 만큼 가격 변동성은 커 시세 조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남 살해' 사건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코인들도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이다. <뉴스1>은 단독상장 코인의 문제점과 투자 시 주의사항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박현영 김지현 기자 = 179개 중 21개.
12일 기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사실상 단독상장' 코인 개수다.
<뉴스1>은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경우는 제외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단독상장 코인' 개수를 집계했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해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서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있더라도 국내 거래소 중 유일하게 상장했을 경우 '단독상장'으로 간주한 바 있다.
21개는 전 세계에서 오직 코인원에만 상장된 '순수 단독상장' 코인 16개와, 해외 거래소 1~2곳 정도에 상장돼있지만 코인원에서 95% 이상 거래되는 '사실상 단독상장' 코인 5개를 합친 개수다.
코인원 상장을 빌미로 뒷돈을 챙긴 받아챙긴 브로커는 지난 2월 구속됐다. 브로커가 구속되기 전에는 사실상 단독상장인 코인이 24개였다. 코인원은 지난달 17일 가상자산 5개를 한꺼번에 상장 폐지한 바 있다.
24개 중엔 사기 사건에 연루된 피카프로젝트(PICA)도, 강남 살인 사건에 연루된 퓨리에버(PURE)도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문제 코인'은 모두 코인원 단독상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인원은 왜 '단독상장 천국'이 된 것일까.
◇사기·살인 연루 코인들, 코인원 '단독상장'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핫한' 거래소를 꼽으라면 단연 코인원이다. 시작은 지난 2월 코인원 상장을 빌미로 뒷돈을 받은 '상장 브로커'가 구속되면서부터다. 이후 브로커로부터 19억원 상당 상장피(Fee)를 받은 코인원 전 직원과 상장 팀장도 구속됐다. 상장피를 받은 직원은 총 29개 가상자산의 상장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 상장'으로 추정되는 29개 중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코인들이 속해 있다. 피카프로젝트(PICA), 퓨리에버(PURE)가 그 주인공이다.
피카프로젝트의 피카 코인은 지난 2월 프로젝트 대표 송모씨가 사기 혐의로 검찰에 입건돼 수사 대상이 되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퓨리에버는 더 심각한 사건에 연루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벌어진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이경우(35)와 피해자가 퓨리에버 코인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살인의 배후로 알려진 유모 씨 부부와 피의자, 피해자는 모두 퓨리에버 투자자였으며 투자 실패, 사기 등으로 서로 원한을 품게 됐다.
이 두 코인은 코인원에서만 거래된 단독상장 코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코인원에서 단독상장으로 거래된 기간도 약 2년에 달한다. 2년 동안 다른 거래소는 지원하지 않는 '문제 코인'의 거래를 코인원만은 계속 지원해온 셈이다.
거래소는 상장된 가상자산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문제 코인'을 걸러내야 할 책임을 지닌다. 게다가 두 코인은 세세한 모니터링이 아닌, 단순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프로젝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였다. 코인원에 책임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피카도 퓨리에버도…걸러낼 수 있었다
우선 피카 코인은 지난 2021년 6월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된 코인이다. 당시 상장 폐지 사유는 '유통량 오류'라는 비교적 객관적인 사유였다. 다른 거래소에서 유통량 오류로 상장 폐지된 코인을 코인원에선 사실상 단독상장으로 2년 가까이 거래 지원해온 것이다. 코인원은 프로젝트 대표가 검찰에 입건된 이후인 지난달에야 피카 코인을 상장 폐지했다.
당시 업비트는 피카프로젝트가 최초 유통 계획의 2.7배에 달하는 피카 코인(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350억원)을 유통한 점을 근거로 상장 폐지했다. 거래소 별로 거래 지원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350억원 규모의 유통량 오류는 거래소 별 시각 차가 있기 어려울 정도로 중대한 문제 사안이다. 그럼에도 코인원은 피카 코인을 유의종목으로도 지정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코인원은 업비트에서 피카 코인을 상장 폐지한 2021년 6월 당시엔 코인원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기준에 '유통량'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카 코인은 상장 폐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이후에 상장 폐지 기준을 재정비하면서 유통량 관련 기준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퓨리에버 역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문제를 발견해낼 수 있는 경우였다. 유튜브에는 '퓨리에버 전국 영업자 워크숍'이라는 영상이 올라와있다. 무려 2년 전 올라온 영상이다.
일반적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전국 영업자'를 통한 다단계식 판매는 더욱 하지 않는다. 유튜브에만 검색해도 판매 구조를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 코인원은 퓨리에버의 거래 지원을 지속했다.
또 <뉴스1> 취재 결과 퓨리에버 발행사에는 가상자산 관련 인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코인 사업은 외부 마케팅 업체를 통해 진행했다. 코인원 상장 폐지 기준에는 '가상자산의 장기적 운용 및 유지 보수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미확보한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퓨리에버는 2020년 11월 첫 상장된 뒤 2년 반 동안 방치됐다.
국내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제대로 된 가상자산 프로젝트라면 절대 리테일(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오프라인에서 영업을 뛰며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며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이면 더욱 오프라인에서 영업 활동을 하지 않는다. 상장 전 프라이빗 투자 유치 단계에서도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IR 활동을 하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 정도의 모니터링 인력이라면 이런 오프라인 영업 사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왜 2년 반 동안 체크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코인원 단독상장 코인, 시세조작 위험에 노출
코인원이 단독상장으로 거래를 지원해온 코인들은 그대로 시세조작에 노출된 정황이 지적돼왔다. 지난 1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도 퓨리에버 코인이 2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작업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이 코인 시장조작세력을 집중 수사하기로 했다.
퓨리에버 코인은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던 2020년 11월 13일 2700원대였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 가격을 기록했다. 한 달만에 4배 넘게 오른 것이다.
당시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른바 '호재'는 빗썸글로벌 상장뿐이었다. 빗썸글로벌은 지난 2021년 빗썸 브랜드 사용을 중단한 거래소로, 2020년 말 당시에도 대형 거래소가 아니었다. 당시 빗썸 브랜드를 사용하던 빗썸 글로벌과 빗썸 싱가포르 두 곳의 하루 거래량을 합쳐도 국내 빗썸의 하루 거래량에 미치지 못했다. 대형 거래소도 아닌 중소형 거래소 상장으로 가격이 4배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세조작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후 빗썸글로벌이 '비트글로벌'로 리브랜딩된 뒤에는 제대로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퓨리에버 코인은 사실상 코인원 단독상장이 됐다.
코인원에는 3개월 간 560%, 무려 5만% 이상 오른 단독상장 코인도 있었다. 지난 1월 '부정거래 의심정황'을 사유로 상장 폐지된 도니파이낸스다.
도니파이낸스의 시세조작 정황은 지난 10월 <뉴스1> 보도를 통해 도마 위에 올랐다. 도니파이낸스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560% 오른 뒤 가격이 '17분의1'이 되는 등 매우 수상한 가격 추이를 보였지만 코인원의 레이더망엔 걸려들지 않았다. 보도가 나간 뒤에야 코인원 측의 모니터링이 시작됐고 상장 폐지가 결정된 것은 시세조작이 의심되는 시점으로부터 세 달, 보도 시점으로부터 두 달 뒤였다. 24시간 돌아가는 코인 시장에서 두 달은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도 남는 시간이다.
◇'상장피 의혹' 코인들, 아직 남아있나…코인원 "모니터링 중"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7~18년부터 가상자산 업계에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2018년 한창 스캠(사기) 코인이 많았던 때부터 MM(마켓메이킹) 팀이나 상장 브로커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이 있다. 국내는 코인원, 해외는 게이트아이오라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스캠 코인'을 만들고 상장시킬 때 국내 거래소는 코인원, 해외 거래소는 게이트아이오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전 직원 구속으로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됐겠지만, 당시엔 코인원이 상장피로 상장할 수 있는 거래소로 통했다"며 "원화마켓도 있고 거래량도 어느 정도 나오다 보니 중소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보다 이미지도 좋았다"고 덧붙였다.
전 직원 및 상장팀장 구속으로 직원의 '상장피' 수수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상장팀장에게 상장피를 건넨 후 실제 상장까지 이어진 코인이 있는지, 있다면 몇 개나 있는지다. 상장 청탁의 대상이 된 코인 중 퓨리에버 코인처럼 현재까지 코인원에서 거래되고 있는 코인이 존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코인원은 철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코인원 측은 "단독상장된 것뿐 아니라 모든 코인을 철저한 모니터링 하에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산업이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지속적으로 시장의 다양한 이슈를 반영하고,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목표로 내부 규정을 수정 및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른바 '김치코인' 단독상장이 많아진 배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코인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산업이 성장하던 시기, 코넥스 시장처럼 성장 중인 초기 프로젝트를 대중에게 소개하겠다는 목표로 '메인 마켓'과 '그로스 마켓'으로 나누어 거래 서비스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초기 프로젝트는 '그로스 마켓'에 먼저 상장하는 구조를 통해 다른 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다수 상장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거래소의 역할에 힘을 실으면서 코인원 그로스마켓이 신규 투자처 소개 채널이 됐고, 지금은 시장이 변하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테마별 카테고리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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