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3000명 몰려든 이주민… 이탈리아, 비상사태 선포

지난달 4일(현지 시각)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의 펠릭스 우후에 보아니 공항에서 튀니지에서 본국으로 송환된 주민들이 입국 수속을 밟기 위해 앉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이주자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튀니지 내 280여 명의 말리, 코트디부아르 출신 이주자들은 본국행 비행기를 타고 귀환했다./AFP 연합뉴스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서 넘어오는 이주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11일(현지 시각)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에서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 및 해양부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비상사태는 앞으로 6개월간 지속된다. 이주민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위해 500만유로(약 72억원)의 재정을 초기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들어 아프리카 북부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온 이주민이 크게 늘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월 이탈리아 해안에 상륙한 이주민 수는 약 2만6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00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최근 사흘 동안엔 3000명 이상의 이주민이 몰려들었다.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은 지난 9일 하루에만 약 1000명의 이주민이 상륙해 비상이 걸렸다. 현재 람페두사섬 이주민 센터 총체류자는 약 2000명으로 250명에 불과한 수용 정원을 크게 넘어섰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아프리카·중동 이주민의 접근이 쉬운 편이다.

지난 3월 11일 독일 한 인권단체가 공개한 지중해 남부 해상에 떠 있는 이민자 보트 사진./Sea-Watch/AP 연합뉴스

이탈리아로 향하는 이주민 수가 급증한 것은 올해 초 예년보다 기온이 높고 바람이 잔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지중해를 건너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 이주민은 통상 리비아나 튀니지로부터 낡은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넌다.

튀니지의 이주민 정책 또한 이주민들의 이탈리아행 급증에 한몫을 했다. 지난 2월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노골적인 이주민 혐오 발언을 하면서 튀니지 주민들 사이에 이주민을 적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서둘러 유럽행을 감행하는 이주민이 크게 늘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사하라 이남 국가에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