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든 부동산 시장 '금리공포'…남은 변수는?
"거래 늘듯…인하 전까지는 시장 영향 제한적"
경기침체, 부동산PF 뇌관, 정책 변수 등 봐야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그간 이어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던 '금리 공포'도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일단 금리 리스크가 완화한 만큼 부동산 시장에 거래량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집값이 높다는 인식이 여전한 영향으로 최근의 침체 흐름이 단기간에 뒤바뀌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이제는 정부의 정책이나 경기 흐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다.
금리 인상 릴레이 마무리 수순…부동산 영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관련 기사: 한은 기준금리 또 동결…긴축기조는 지속(4월 11일)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에 이어 이달까지 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지난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해왔다. 대출 부담이 급격하게 커진 데다가 전셋값 하락까지 촉발하면서 집값이 빠르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경착륙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집값 하락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침체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두 차례 연속 동결한 데다가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분위기가 바뀌면서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전망이다.
"일부 수요 늘겠지만…금리 영향력은 약화"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불안감이 완화하고 있는 만큼 그간 위축했던 수요는 다소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당분간 지금의 고금리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침체한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뒤집는 식의 영향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대신 경기 흐름이나 정부의 정책, 부동산PF 시장 흐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간 금리 인상 기조로 집 구매 결정을 미뤄왔던 수요자들의 경우 부담이 줄어든 데다가 최근 집값도 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거래량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를 동결한 이유가 경기 침체이기 때문에 주택 구매 욕구가 눈에 띄게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당장 금리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기보다는 최근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른 변수가 없다면 지금의 분위기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정책 변수나 최근 부동산 시장의 뇌관으로 여겨지는 PF 시장 흐름 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직방이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집값이 더 내려갈 거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이유로 최근 올랐던 가격 상승분이 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꼽은 이들이 22.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전히 집값이 높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집값의 변수로 꼽은 이들은 19.6%로 전체 답변 중 4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관련 기사: "집값 바닥 아냐…가격 상승분 더 반납해야"(4월 10일)
이번 금리 동결로 매도자와 매수자 간 줄다리기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도자의 경우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만큼 집값이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거라고 인식할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집주인과는 다르게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거로 인식하고 있다"며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의 인식 차로 힘겨루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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