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는 확실한데 하반기는 글쎄"…끝나지 않은 인플레 위협
이창용 "물가 확신 전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월 2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지만,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 심리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여기에는 하반기 물가가 경로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전(全) 상품 가격에 파급력을 지니는 공공요금과 국제 유가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동결하기로 한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기대가 시장에 많이 형성됐는데, 금통위원들은 그런 기대가 과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충분히 예상 수준(3.5%) 이하로 떨어져 중단기 목표(2.0%)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는 안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이처럼 시장의 긴축 종결 기대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에는 물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한은은 상반기 물가에 대해선 둔화 흐름을 확신하고 있다. 전날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한은은 올해 2분기가 지나면 지난 3월 4.2%를 나타낸 소비자물가가 3%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반기 물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올해 공공요금 추가 인상과 산유국 감산 조치가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4% 올라 2월에 이어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공공요금을 인상하기 시작한 여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추가 인상하기로 하고, 그 폭을 조율 중이다.
공공요금은 원가 상승을 통해 다른 상품 가격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당장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가 올여름 '냉방비 폭탄' 사태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석유수출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5월부터 석유 감산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점 역시 물가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본격적인 감산에 들어가기 전이지만, 향후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미리 반영되면서 이미 가격은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L)당 1632.20원으로, 지난 5일 1600원을 돌파한 후에도 엿새째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감산 조치가 시작되면 유가 오름세가 확대될 수 있다.
공공요금과 마찬가지로 다른 상품의 원가로 작용하는 에너지 가격은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향후 변동 폭에 따라 물가 전망이 요동칠 수 있다.
이 총재는 "OPEC+의 감산 효과로 유가가 더 오를 것으로 믿는 사람들도 있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방 기조라는 점에서 크게 유가가 안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며 "하반기 유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가공식품 등 여러 제품의 가격이 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근원물가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도 향후 물가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근원물가지수는 외부 요인에 쉽게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품목들로 구성되는 만큼, 소비자물가보다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더 잘 나타낸다.
지난 3월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는 지난해보다 4.8% 상승했다. 1월 5.0%, 2월 4.8%를 나타낸 이후 둔화세가 멈춘 것이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대한 기저효과로 1월 5.2%, 2월 4.8%, 지난달 4.2%로 비교적 빠르게 둔화하고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은은 예상보다 더딘 둔화 속도에 올해 근원물가 전망이 기존 3.0%에서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에는 에너지 가격이 작년 3월부터 많이 오른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됐지만, 근원물가는 작년에 덜 올렸던 전기·가스 요금 인상 효과가 올해 반영되며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연말엔 3%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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