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3%대 초반인데, 예금금리 더 내려가나
"시중은행 예금 금리 더 하락할 것"
한국은행이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예금금리는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예금금리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미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밑으로 하락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1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3.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다음 금통위가 예정된 5월 25일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예금금리가 이와 다른 행보를 보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정기예금(12개월, 단리, 우대금리 기준) 금리는 연 3.37~3.50%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의 주요 예금 상품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예금금리 하락세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까지 몇몇 지방 은행들은 정기예금 상품 일부를 연 4%대로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이날 지방은행의 최고 금리 상품(우대금리, 단리 기준)은 △BNK부산은행 '가을야구정기예금' 연 3.95% △DGB대구은행 'DGB행복파트너예금' 연 3.86% △광주은행 'KIA타이거즈우승기원예금' 연 3.85%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 연 3.70% △제주은행 'J정기예금' 연 3.60% 등이다.
특히 △광주은행의 'KIA타이거즈우승기원예금' △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 △부산은행의 '가을야구정기예금'등은 지난달 말까지 연 4%대 금리를 유지하던 상품이었다.
저축은행의 예금 상품 금리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중앙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이날 12개월 만기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은 연 3.80%로 지난해 10월 연 6%대 예금금리를 제공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시장금리가 이처럼 떨어지고 있는 데에는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금금리의 또 다른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전날 기준 지난 2월 금통위(3.826%, 2월 23일 기준) 대비 0.30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의 개인 정기예금 신규 가입금액은 지난 10월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시중 5대 은행 개인 금융소비자의 정기예금 신규 가입액은 34조248억원으로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5%에 육박하는 상품이 나오던 지난해 10월(66조1077억원) 대비 32조829억원 감소했다. 5개월 만에 신규 가입금액이 반토막난 것이다.
다만 지난 2월(28조2579억원) 대비는 5조7669억원 늘어났다. 앞으로 예금금리가 하락할 것을 예상한 소비자들이 조금이나마 높은 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 예금 상품 가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장심리가 반영되면서 지금이 최고점이라는 생각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났다"며 "조금이라도 고점일 때 정기예금에 넣으려는 소비자들로 인해 신규 가입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예금금리는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금리 방향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예상되면서 더 이상 예금금리가 올라갈 이유가 없어졌다"며 "예금금리는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금금리 하락이 통화정책을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채권 금리 등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예금금리도 따라가고 있는 상태"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아닌 동결임에도 예금금리가 계속 하락해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한은이 아무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야기해도 시장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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