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핵공유’ 구체화… IRA·반도체법 불확실성 해소되나 [한반도 인사이트]

홍주형 2023. 4. 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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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확장억제 강화 관련 美 호응 여부 주목
2022년 정상회담·SCM 논의 진전 가능성
전략자산 상시 배치 확대 수준도 촉각
美, 中 겨냥한 ‘공급망 재편’ 강조 유력
배터리·AI 분야 등 협력도 약진할 듯

2주 뒤인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국빈 방문 형식에 윤 대통령의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까지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성대한 정상 방문 행사에 정·관계 전체가 분주하다.

전통 안보 영역에서 확장억제의 진화, 새롭게 ‘안보’의 영역으로 편입된 경제 부문에서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내용 등이 지난해 5월 첫 번째 정상회담에 이어 다시 한번 논의될 전망이다. 국내 요구만큼 확장억제를 확대할 수 있을지, 전기차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칩과 과학법(반도체법) 등으로 한국 기업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 의제다. 한·미가 ‘가치’를 공유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표방하는 만큼 ‘동맹 진화’와 관련된 내용도 심도 있게 거론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오는 26∼27일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해 안보, 경제, 기술 등 전 분야에 걸친 한·미 협력 심화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전 악수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확장억제 어느 수준까지

정상회담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국내 일각의 ‘독자 핵무장론’으로 촉발된 확장억제 확대 요구와 관련해 미국이 어느 정도의 호응을 보여주느냐다. 회담 이전부터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의 핵전력 운영 기획 및 실행과 관련해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공동선언에 포함될 것이란 점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일부 회원국의 사례를 들어 일각에서 언급하는 ‘나토식 핵공유’처럼 획기적으로 확장억제 수준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11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된 내용을 양국 정상 차원에서 확인하고, 일부 진전시키는 수준의 이른바 ‘한국형 핵공유’ 방식으로 제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1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확장억제’가 언급됐고, 또 SCM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상당히 구체적인 언급이 나왔다”며 “이번 회담에서 이를 상징적으로, 정상 수준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정상회담과 SCM에서 언급된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가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느냐도 쟁점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전략자산 전개를 상시 배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 전략자산 전개에서 미국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한국 의견을 좀 더 반영하는 것, 미국이 한국과 공유하는 정보의 범위를 넓히는 것 등이 (정상회담에 담길 내용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한 달 만에 다시 전개하는 등 올해 들어 미국 전략자산이 잇따라 전개되고 있어, 정상회담에서는 이 같은 기조를 공식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 경력을 가진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를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경제안보 주요 의제로

경제안보 분야에선 지난 5일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상회담의 통상 관련 현안으로 제시한 IRA와 반도체법 보조금 관련 불확실성 해소가 우리 측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의 핵심 수단인 두 법률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명운이 달린 문제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윤 대통령 방미를 앞두고 지난 4일 방한한 미 하원 외교위원회 대표단을 맞은 자리에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IRA로 인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은 공급망 재편을 공동선언문의 핵심 부분으로 기술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당시 공동선언문에 포함된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과 다양성 강화’,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침해를 예방하는 핵심 기술 관련 투자 심사 및 수출 통제 협력’ 등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공급망 재편 관련 언급이 이번에 나올 공동선언문에서도 보다 진전된 형태로 다시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급망 재편과 관련해 미국과의 회담에서 한국의 균형적 태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시장은 복잡한 상호 관계에 놓여 있고, 한 예로 배터리 부문은 중국이 핵심 광물에서 부품까지 장악하고 있어 명확하게 선을 긋기 힘들다”며 “(현재 미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지나치게 과도한 공급망 재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를 회담에서도 강력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 차량용 배터리 팩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주 등 새로운 협력 분야

윤석열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에서 거론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유지와 인권 상황 우려 등 내용이 다시 언급될 전망이다. 중국을 겨냥한 대목인데, 우리 정부의 인태 전략은 미국에 기울면서도 중국에 대해 다소 포용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강경한 언급에 한국도 동참하길 원하는 미국과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바이오 기술 등 분야의 협력도 보다 진전된 형태로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이버·우주 분야로까지 동맹 간 협력을 확대하는 언급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사이버와 우주 분야로 확대한 미·일처럼 한·미동맹도 공간적 범위를 기존의 인태 지역에서 사이버·우주까지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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