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대북 성명 낸 통일장관 “무책임 태도 유감”

김예진 2023. 4.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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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대화의 카운터파트인 통일부가 장관 명의로 대북 비판 성명을 내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통일부 장관 명의 성명이 나온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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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시설 무단 사용 발단
닷새째 통신단절에 “강력 경고”
입주사 “규탄 성명은 언어도단”

대북 대화의 카운터파트인 통일부가 장관 명의로 대북 비판 성명을 내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통일부 장관 명의 성명이 나온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1일 성명에서 “북한은 남북 간 연락 업무에 무성의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한 데 이어 급기야 4월7일부터는 아무 설명도 없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간 정기통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는 결국 북한을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통신선 간 연락 불응, 개성공단 관련 무단 가동 등 최근 북한의 행태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북한 노동신문에 개성공단 출퇴근용 버스로 추정되는 파란 버스가 평양을 누비는 모습이 실린 것이 발단이 됐다. 북한의 개성공단 관련 시설 무단 사용은 2016년 폐쇄 후 꾸준히 지적돼 온 고질적 문제다. 폐쇄된 개성공단에서 버스 같은 장비나 시설을 빼내 사용하는 모습이 위성 등을 통해 이따금 포착됐다. 해당 버스가 사용 연한마저 크게 초과한 버스라는 점도 통일부는 파악하고 있다.

애초 통일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같은 날 오후 열린 제2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통일전선부에 맞서 통일부도 대응 심리전을 하라”고 지시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튿날인 6일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업무 마감 통화 때 개성공단 버스의 평양 운행에 항의하는 통지문을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북한은 통지문 수령을 거부하고 7일 오전 업무 개시 통화 때부터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업무 개시와 마감 하루 2회 진행하던 정례 소통은 이날까지 닷새째 성사되지 않았다.

권 장관은 “여러 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경고에도 북한은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남북 사이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으로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위법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국제사회와도 협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권 장관은 “상당히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현재 손해배상 청구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통일부가 재산권 침해 피해자로 지목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은 권 장관 성명에 우려를 표했다.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는 “보상은 안 해주고 개성공단 재가동(무단 사용) 규탄 성명을 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기업인들끼리는 녹슨 기계를 방치하느니 차라리 북한이 기계 설비를 시운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며 “정부가 뜬금없이 이러는 것은 오히려 2차, 3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김예진·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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