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검객, 이번엔 女王 즉위하나' 은퇴 강제 연기? 전화위복 호기!
10년 가까이 한국 우슈(무술)의 간판으로 활약해온 '미녀 검객'이 바야흐로 선수 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려 한다. 어떻게 보면 강제로 연기된 은퇴 시즌, 서희주(30·전남우슈협회)는 아름다운 끝의 시작에 나선다.
서희주는 지난달 대한우슈협회가 주최한 2023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투로 여자 장권 전능에서 1위에 올랐다. 26.81점을 얻어 25.87점을 얻은 고가빈(평택G스포츠)을 제쳤다.
오는 9월 개최되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을 확정했다. 서희주는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3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다. 9년 전 인천에서 투로 한국 여자 선수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메달(동)을 따낸 이후 현역 생활의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할 기회를 얻었다.
사실 서희주는 진작 은퇴를 했어야 했다. 서희주는 "내가 30살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로 종목은 검과 창을 다루면서도 고난도 점프 동작이 많은 만큼 착지 과정에서 무릎과 발목에 충격이 가는 까닭이다. 이미 서희주는 무릎 연골은 물론 아킬레스건까지 파열돼 다른 사람의 인대로 재건 수술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서희주는 부상을 극복하고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사실 서희주는 지난해 선발전에서도 1위에 올랐고, 당초 아시안게임 이후 현역에서 물러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서희주의 은퇴도 미뤄지게 됐다.
오히려 대회 연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서희주는 "지난해 선발전 때는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무릎 통증 있던 상태였다"면서 "그런데 1년이 지나 완전히 회복됐고, 지난해보다 확실히 컨디션이 올라온 게 느껴진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해에 만약 아시안게임이 열렸다면 통증과 나이가 있어 자신감이 떨어졌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통증이 없어지니 26살 때 몸 상태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서희주가 아시안게임 출전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유는 5년 전의 아쉬움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미녀 검객'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서희주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동메달을 넘어 자신이 세운 역대 여자 선수 최고 성적에 도전했다. 그러나 경기 직전 훈련 도중 무릎 인대 파열로 기권해야 했다.
당시에 대해 서희주는 "인천 대회는 아무 것도 모르고 출전했지만 자카르타-팔렘방 때는 아시안게임에 대해 아는 만큼 자신감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몸 상태도 너무 좋아서 더 아쉬웠다"고 기억을 곱씹었다.
1년 선수 연장은 불가항력적이었지만 그만큼 귀중하다. 서희주는 "올해는 진짜 마지막이라서 준비 과정도 즐기게 되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면서 "완벽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열정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우슈 종주국이자 최강 중국을 넘어야 한다. 더군다나 이번 아시안게임은 중국에서 열린다. 개최국으로서 중국의 금메달 싹쓸이가 예상되지만 서희주는 "우슈 투로는 감점제로 실수 1번만 하면 끝나기 때문에 완벽하게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국 선수도 사람인 만큼 내가 실수 없이 하면 완벽하게 하면, 진인사대천명의 정신으로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비장의 무기도 준비 중이다. 서희주는 "올해가 마지막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발전한 모습 보이고 싶어 새로운 기술을 시도했다"고 귀띔했다. 연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검과 창을 던졌다가 회전하면서 잡는 초고난도 기술이다. 서희주는 "취권처럼 흐느적거리면서 던졌던 무기를 잡는 기술인데 2번 연속 펼치려고 하니 아직 80% 성공률"이라면서 "아시안게임까지 100%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이 기다리고 있다. 서희주는 2015년과 2017년 2회 연속 우승을 이뤘고, 2019년에는 인대 파열 상태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사실상 은퇴 무대가 될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6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서희주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세계선수권이 계속 연기됐는데 올해 진짜 마지막인 만큼 정상에 도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릴 때부터 우슈의 길만 걸어서 은퇴가 아직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아마 몇 달 동안 허탈하고 우울할 거 같다"는 미녀 검객. 그러나 서희주는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고 해서도 안 된다"면서 아름다운 선수 생활의 마무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희주가 꿈꾸는 화려한 선수 생활의 끝은 이제 막 시작됐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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