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 이병철 웃고, NH·한투 울었다…증권사 주가 희비 엇갈려
자회사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 돌파
미래에셋證, 대형사 중 상승폭 가장 커
현대차·이베스트證 주가는 하락…부동산 PF 우려 영향
올해 1분기(1~3월)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주가 흐름은 엇갈리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반등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꺾이면서 채권 평가 이익이 늘어나며 증권사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10% 넘게 하락한 증권사도 있다. 주가만을 놓고 보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1분기 성적표가 크게 엇갈리며 희비가 갈린 것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 지수를 구성하는 13개 종목은 연초 대비 평균 5.24%(11일 종가 기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2.33%)에 크게 미치지 못한 수치다.
KRX 증권 지수를 구성하는 13개 증권사의 연초 대비 주가 등락률을 보면 2개사가 마이너스(-), 11개사가 플러스(+) 등락률을 기록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연초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이다. 주가가 96.43% 상승해 2배 가까이 올랐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며 직격탄을 맞았고 2022년 한 해 동안 주가가 46% 급락했다. 순이익도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해 초 2125억원 규모의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이 완료되면서 유동성 우려가 일단락됐고, 자금난이 해소되는 모습에 투자심리가 개선돼 주가도 지난해 연초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다올투자증권의 오너 경영인인 이병철 회장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회사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정면 돌파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키움증권(25.71%), 한화투자증권(20.85%), 유안타증권(16.49%), SK증권(13.27%)도 올 들어 10~25%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다른 증권사에 비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주식시장 반등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며 주가가 순항 중이다.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에서 브로커리지는 약 70%를 차지하는 한편, 부동산 PF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1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SK증권은 토큰증권(STO) 관련 사업에서 앞서나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약 6% 보유하고 있고, SK증권은 다양한 업계와 협업해 STO 거래소·플랫폼 사업 등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확정되면서 10년째 SK증권을 이끌게 된 김신 대표는 2020년부터 기술원장(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자산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반면 경영권이 매물로 나올 가능성으로 본의 아닌 주가 상승을 경험한 곳도 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때마다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이다. 올 초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기도 한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하려고 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유안타증권이 가장 적합하다는 시장 평가가 많다. 다만 유안타증권은 공식적으로 회사를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체로 한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은 10.69% 주가가 상승하며 비교적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KRX 증권 지수를 구성 중인 대형 증권사 종목들의 주가 상승률은 삼성증권(3.66%),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2.44%), NH투자증권(2.74%)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사 중 미래에셋증권의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중이 작고, 주주 환원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는 평균(28.7%)보다 낮은 17.4%인 반면, 한국투자증권(32.9%)과 삼성증권(40.2%)은 평균을 웃돈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배당금을 소폭 줄였지만, 올해 2년 연속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펴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 비율 33%를 달성했다”면서 “앞으로도 일관성 있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연초 대비 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2.86%), 이베스트투자증권(-13%)이다. 두 증권사 모두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신용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게 반영되며 주가가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증권의 경우 리테일 부문이 취약해 브로커리지가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수준에 그치는 반면, 부동산 PF 중심의 IB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50%를 넘는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의 비중도 55%를 상회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배당을 크게 줄인 점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22년 배당금을 주당 600원에서 100원으로 80% 넘게 줄였다. 배당기준일 주가를 배당금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한 시가배당률도 5%포인트(P) 줄어든 1.8%로, 국내 증권사 중 최하위 수준이다.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어려운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예년 수준 이상의 경영 실적이 나온다면 배당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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