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힘든 날에는 '무대 위 배우'처럼

조민진 작가 2023. 4. 12.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삶이 버겁다 여겨지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상상하라."('후안흑심', 친닝 추 지음)는 조언에서 귀가 솔깃했다.

인간은 결국 한 시절 무대 위에 올라 연기하고 사라지는 배우와 다름없다고 여겼던 셰익스피어는 관객들에게도 상상력을 주문했다.

좋은 공연을 위해선 극작가에게도,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상상하는 힘이 필요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 /사진=조민진 작가
"삶이 버겁다 여겨지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상상하라."('후안흑심', 친닝 추 지음)는 조언에서 귀가 솔깃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말하는 대목이었는데 읽으면서 한결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정말 타인의 삶을 잠시 대신 살아주고 있는 거라면?…… 남 일이 내 일 만큼 힘들거나 대수로이 여겨지지도 않을 테고 웬만한 일에 대해선 호들갑 없이 크게 의연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매사 쿨하고 객관적이며 어쩌면 더욱 프로페셔널할 것이다. 같은 일도 내 일이 되면 무겁고 심각한데 남 일이라면 가볍고 예사로이 여기지 않았던가. 그러니 꽤 적절한 처방 같다. 제 삶 속에 갇힌 인간이 진정 자유를 원한다면 때로 그 삶 밖으로 걸어 나와야 한다. 자신으로부터도 거리를 둬야 하는 법. 상상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의 5대 희극 중 한 편인 '뜻대로 하세요'에 나오는데, 동생으로부터 땅과 권력을 뺏기고 추방당한 노공작을 섬기는 '제이퀴스'의 대사다. "이 세상은 하나의 무대요, 모든 인간은 제각각 맡은 역할을 위해 등장했다가 퇴장해버리는 배우에 지나지 않죠." 노공작의 앞선 대사는 이렇다. "보시다시피 우리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이 넓디넓은 세계라는 무대에선 우리들이 연기하는 장면보다 훨씬 더 비참한 연극이 벌어지고 있지." 누구에게나 힘든 날이 있음을, 모두의 인생이 어느 정도는 비극임을, 그러니 때로는 역할을 연기하듯 무심하게 스쳐지나가야한다는 통찰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셰익스피어글로브 극장 내부. /사진=조민진 작가
인간은 결국 한 시절 무대 위에 올라 연기하고 사라지는 배우와 다름없다고 여겼던 셰익스피어는 관객들에게도 상상력을 주문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름다운 베로나를 무대로……죽음으로써 끝을 맺는 그들 사랑의 무서운 이야기와……참고 들어 주시면 부족한 점은 앞으로 노력해서 보충해 드리겠습니다."('로미오와 줄리엣' 프롤로그 중 서사 배우의 대사) 설령 무대장치가 어설프고 배우들의 연기실력이 미흡할지라도 상상력을 동원해 즐겨달라는 요청이었다. 좋은 공연을 위해선 극작가에게도,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상상하는 힘이 필요했다. 인생이라는 연극을 위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고 가끔씩은 뒤로 물러나 바라봐야 하는 우리에게도 같은 힘이 필요하다.

얼마 전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봤다. 셰익스피어가 우연히 '비올라'라는 아름다운 연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영감을 받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을 거란 가상의 이야기다. 20년도 더 됐는데, 기네스 팰트로가 비올라로 나왔던 동명의 영화도 일찌감치 좋아했었다. 상상력을 동원하면 셰익스피어의 삶도 몇 배쯤 더 로맨틱하다. 그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이기도 했다. 그도 아마 힘든 날에는 타인의 삶을 연기하듯 사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