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원씩 오르내린 환율…“4월에 추가 상승 우려”

이재은 기자 2023. 4.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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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도 맥 못 추는 원화
경기 불확실성에 박스권에서 널뛰기 지속
“경상수지 적자, 4월 배당 지급이 원화 약세 요인”
中 위안화 약세에 원화도 연동
“당분간 원·달러 환율 1300~1320원에서 등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전망에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환율은 두 달 가까이 1300원 초반대에서 큰 폭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널뛰기를 이어가는 현상을 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취약해진 탓에 환율 방향성은 사라지고, 변동성만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12일 한국은행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변동폭은 8.7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하루에 10원 가까이 치솟거나 급락했다는 의미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고조된 영향이 컸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뉴스1

SVB 충격으로 연준의 긴축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 일부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달러화는 최근 두 달 동안 추세적인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월 말 104.67에서 3월 말 102.14로 약 2.4% 하락했고, 이달 들어서는 101선으로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가 2월 말 대비 2.5% 이상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0.4%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달러화 하락폭에 비해 원화 상승폭은 미미한 탓에 원·달러 환율은 1300~1320원대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에는 달러화와 원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긴축 기조 완화 기대에 따른 미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하락했으나 해외 은행 부문의 불확실성 지속, 미·중 갈등,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하락폭이 제한됐다”고 설명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300원 근방에서는 수입업체 결제 수요가 하단을 지지하고, 1320원대에서는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추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원화가 달러화는 물론, 중국 위안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반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불릴 정도로 위안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간 미·중 갈등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프록시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는 물론 호주달러화 가치도 덩달아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기대했던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딘 데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심화하면서 최근 위안화도 박스권에서 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따라 원화도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원·달러 환율이 이달에도 120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4월은 계절적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는 시기라 달러 유출이 평소보다 많다. 국내 시장에서 달러화가 빠져나가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수출 부진으로 무역수지가 13개월 연속 적자를 내면서 경상수지도 두 달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도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경상수지는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연말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 지급의 영향으로 4월마다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까지는 4월에 본원소득수지만 적자로 돌아섰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장기화될 위험이 커졌다. 그간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원화 가치를 지탱했는데,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원화 가치도 하락하게 된다. 경상수지는 지난 1월 4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악의 적자를 냈고, 2월에도 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규연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한국은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동반 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달은 본원소득수지 적자까지 가세해 달러 유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와 원화의 동반 약세라는 예상 밖 조합의 배경은 취약한 국내 경제 펀더멘탈(기초 체력)”이라며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경상수지가 취약한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이고, 원화가 위안화와 동조 흐름을 보이는 현상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달까지 원·달러 환율은 국내외 경제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오는 12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원·달러 환율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박 연구원은 “3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기조) 중단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라며 “물가지표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하회할 경우 달러화의 추가 약세 폭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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