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고질적 과다 할인→검사품질 저하 우려→환자 피해 고리 끊을까

서한기 2023. 4.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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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지난해 3월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행정예고
내과 등 의료계 반발로 협의를 위해 시행 잠정 연기
검체통 옮기는 의료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혈액이나 소변, 병리조직 등 각종 검체에 대한 검사 의뢰를 받은 수탁검사기관이 검체 검사를 맡긴 위탁 의료기관에 검사료를 깎아주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시행을 앞두고 의료계 반발로 발이 묶였다.

보건당국이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검사의 품질이 떨어져 자칫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했지만,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요구에 1년 가까이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행정예고한 지 1년 지났지만, 아직 시행 못 해

12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8일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정 고시(안)를 행정예고 했지만, 지금껏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방안은 의료기관이 환자 진단과 치료를 위해 검체 검사를 위탁할 때 검사료의 10%인 검체검사위탁관리료 외에 수탁 검사기관으로부터 별도 할인을 받기 어렵게 한 게 핵심이다.

수탁검사기관이 위탁 의료기관에 할인을 제공하는 등 위반행위를 할 경우, 검체검사수탁인증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할인율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고 수탁검사기관 인증을 취소, 수탁검사를 못하도록 했다.

이를테면 수탁검사기관은 할인율이 70% 이상이면 5점, 50% 이상 70% 미만이면 4점, 30% 이상 50% 미만이면 3점, 15% 이상 30% 미만이면 2점, 15% 미만이면 1점의 벌점을 각각 받게 된다.

이렇게 해서 수탁검사기관이 8점 이상의 벌점을 1회 받으면 4주간 수탁인증 취소, 2회 받으면 8주간 수탁인증 취소, 3회 이상 받으면 12주간 수탁인증이 취소된다.

또 6점 이상 7점 이하 벌점을 1회 받으면 2주간 수탁인증 취소, 2회 받으면 4주간 수탁인증 취소, 3회 이상 받으면 8주간 수탁인증이 취소된다.

수탁검사기관은 인증취소 기간에는 수탁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방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더는 위탁 의료기관에 검사료를 할인해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내과계 중심 의료계 반발에 제동 걸려…"저수가가 원인"

그간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검사료의 10%에 해당하는 검사위탁관리료 외에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서 받은 검사료의 일부를 수탁검사기관들에 지급하면서 할인받아 나눠 가졌다.

예를 들어 검사료가 1만원이라면 위탁 의료기관은 검사료의 10%인 1천원의 검사위탁관리료 외에도 검사료 1만원 중 일부를 할인 형태로 챙겨왔다.

이처럼 의료기관이 수탁검사기관에 검사를 위탁하면 수탁검사기관은 수수료 차원에서 검사료의 일부를 깎아주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고질병이 되다시피 했다.

문제는 수탁검사기관들의 과열 경쟁으로 검사료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자칫 검사의 질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이 정확한 검사를 받지 못하고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보건당국이 의료기관과 수탁검사기관간의 무리한 검사료 할인 관행에 메스를 대려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검체 검사를 많이 맡기는 내과의사회를 중심으로 의료계는 근본적으로 검사위탁관리료가 낮게 책정되는 등 제값을 쳐주지 않은 건강보험 저수가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무조건 규제 대신 비현실적인 위탁관리료 수가(酬價·의료서비스 가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위탁의료기관이 건보공단에서 받는 위탁관리료는 검사료의 10% 수준에 불과한데, 여기에는 검체 채취·보관은 물론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면서 위탁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 검체 검사를 할수록 위탁의료기관은 손해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애초에 적정 수가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 내과의사회, 진단검사의학회, 병리학회, 검체검사전문수탁기관협회 등과 협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의 재검토와 시행 연기를 요청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원만한 고시 시행을 위해 의료계의 시행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는 만큼 의료계 내부의 통일된 합의안을 가져오면 의정 협의를 거쳐 고시 시행 여부를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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