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참사 아픔 기억 또 기억' 세월호 9주기 팽목·목포신항 노란 물결

김혜인 기자 2023. 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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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빛 바랜 희생자 축구화·추모리본 달린 팽목, 추모 발길
9주기 두고 사흘간 팽목항 지킨 부모 "추모공간 존치"
세월호 선체 앞에서 "온전한 진상규명·안전사회"염원

[진도=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3.04.11. hyein0342@newsis.com

[진도=뉴시스]김혜인 기자 = "잊으면 반복돼요. 참사의 아픔 새기고 또 새겨 이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나야죠."

세월호 참사 9주기 닷새를 앞둔 지난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곳곳엔 참사의 상흔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항만 시설인 팽목항은 주검으로 수습된 희생자들이 바닷속에서 처음 뭍으로 올라온 곳이자, 미수습자 가족이 3년간 머무른 통곡의 장소다.

방파제에 걸린 추모 종소리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듯 딸랑딸랑 구슬픈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입구 노란리본 조형물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미수습자를 기다리며 놓아둔 축구화 수 켤레가 눈에 띄었다. 축구화는 사계절을 여러 차례 지나면서 본래의 색이 바랬지만 유족이 남긴 아픔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 했다.

방파제에서 팽목항 등대까지 향하는 300여m 길이의 '세월호 기억의 벽'엔 거무스름하게 변한 추모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바닷바람을 맞은 노란 리본은 일부가 찢긴 채 글귀만 희미하게 남아있었지만 '안전사회'를 바라는 추모객들의 메세지만은 또렷했다.

돌풍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가족 단위의 추모객의 발길이 이따금씩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노란 리본에 적힌 문구를 읽으면서 그날의 아픔을 되새겼다. 등대 앞에 서서 사진을 남기거나 어깨를 부둥켜 안고 서 사고가 난 해역을 한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한 추모객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너희를 꼭 기억할게"라고 외친 뒤 바다로 돌아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진도=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팽목항) 방파제에서 추모객들이 희생자들을 기다리며 설치됐던 노란리본과 조형물을 보며 추모하고 있다. 2023.04.11. hyein0342@newsis.com


세월호 희생자 부모 3명도 9주기를 앞두고 자녀의 흔적을 되새기며 사흘간 팽목항을 지켰다.

유족은 팽목항 기억 공간 존치와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자 엄벌을 바랐다.

단원고 2학년 10반 권지혜 학생 어머니 이정숙(58)씨는 "희생자들이 뭍으로 처음 올라온 장소인 팽목항은 상징적인 곳"이라며 "배 타러 오는 방문객과 추모객을 위해 조그마한 기억 공간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잊으면 참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잊지 않도록 기억해주십사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관련 지휘부와 관계자들은 처벌이 미미하거나 무죄를 받은 경우가 많다"며 "참사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된 진상 조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목포=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후 세월호가 육상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추모객들이 미수습된 희생자 사진을 보고 있다. 2023.04.11.hyein0342@newsis.com


같은 날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신항에서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북문 울타리에 걸려 나부끼는 색바랜 리본들 사이로 새로 단 것처럼 보이는 샛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리본엔 시 문구를 딴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습니다' 글귀와 교육계 인사들이 남긴 '생명 존중과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글이 적혔다.

추모를 위해 서울에서 목포신항을 찾은 중년 여성 3명은 거치된 세월호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안타까워서 어쩌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추모객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세월호는 선미 '세월(SEWOL)' 글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검붉게 녹슬어 있었다.

이들은 세월호 모양을 본 따 만든 조형물에 든 미수습자 5명의 사진을 보면서 고개를 떨궜다. 잠시 손을 모으고 묵념을 했다.

시민들은 안전 불감증을 타파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조인란(63)씨는 "세월호에 이어 안전 불감증으로 이태원 참사까지 일어났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그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시민 노재란(60·여)씨는 "죄 없는 아이들이 떠나 부모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어른들부터 안전 수칙을 지키고 사회 각계각층이 안전 시스템을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병호 팽목바람길 공동운영위원장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 규명을 마쳤지만 사고 원인과 책임자 처벌에 있어 여전히 국민과 유족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 안타깝다"며 "반쪽 짜리 진상 규명을 해결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목포=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추모객들이 육상 거치된 선체를 바라보고 있다. 2023.04.11.hyein0342@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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