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전체 3순위 잠재력 폭발? 달라진 알렉 봄[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드디어 잠재력이 폭발하는 것일까. 봄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막차'로 탑승한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월드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윈 나우'에 특화된 리더인 데이브 돔브로스키 사장에게 팀을 맡긴 필라델피아는 올시즌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 다른 결과를 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시즌 시작은 좋지 못하다. 4월 11일(한국시간)까지 시즌 첫 10경기에서 4승 6패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주전 1루수인 리스 호스킨스가 스프링캠프에서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호스킨스의 대체자로 낙점한 데릭 홀도 개막 일주일만에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시즌. 하지만 필라델피아를 웃게하는 요인은 있다. 바로 팀 최고 기대주 출신 알렉 봄의 성장이다.
팀 주전 3루수인 봄은 11일까지 올시즌 10경기에 모두 출전해 .351/.415/.649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팀 내 홈런, 타점 1위. 11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들 중 유일하게 OPS 1.00 이상을 기록 중이다. 봄은 10경기에서 타율 0.415를 기록한 지난해 신인 브라이슨 스탓과 함께 필라델피아 타선을 이끌고 있다.
2020년 단축시즌에 데뷔한 봄은 4시즌째 팀의 주전 3루수를 맡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 늘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데뷔시즌 44경기에서 .338/.400/.481 4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 올랐지만 2021-2022시즌에는 267경기에서 .267/.311/.376 20홈런 119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 2년 동안 봄은 리그 평균 이상의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타자였다.
1996년생 우투우타 봄은 필라델피아가 201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지명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대학 신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봄은 드래프트 당시 참가자 중 7순위 평가를 받았지만 더 빠른 순번에 지명을 받았다. 2018년 드래프트에서 봄보다 먼저 지명된 선수는 케이시 마이즈(DET, RHP), 조이 바트(SF, C) 뿐이었다. 봄은 2020시즌에 앞서 전체 30위권 유망주 평가를 받으며 데뷔했다.
봄은 수비는 다소 약하지만 타격에는 확실한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굉장한 거포는 아니지만 20-80스케일 평가에서 타격과 파워 모두 55점을 받으며 높은 수준의 컨택 능력과 장타력을 보일 수 있는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봄은 마이너리그에서 3시즌 동안 180경기에 출전해 .291/.367/.468 22홈런 103타점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데뷔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2021시즌 타율이 0.247에 그쳤지만 지난해 타율 0.280을 기록한 봄은 확실히 정교한 타자였다. 하지만 장타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평균 시속 90마일 이상의 굉장히 빠른 타구를 날리는 타자였지만 발사 각도가 낮았고 배럴타구 비율도 그다지 높지 못했다. 봄은 준수한 힘을 가졌음에도 공을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타자였다.
하지만 올시즌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공을 띄우는데 주력했던 봄은 2020-2021시즌 50% 이상이던 땅볼 비율을 올시즌 44%까지 떨어뜨렸고 2021시즌 16.5%에 그쳤던 뜬공 비율을 올해 24%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발사각도가 리그 평균 이하지만 2020시즌 4.8도, 2021시즌 5.6도에 그쳤던 발사각도는 올해 9.1도까지 올랐다. 아직 초반이지만 배럴타구 비율은 무려 16%로 리그 평균(6.8%)을 아득하게 넘어서고 있다. 원래 강한 타구를 날리는 타자였던 봄이 공을 띄울 수 있게 되니 자연스럽게 장타도 늘어나고 있다.
디 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봄은 올시즌을 준비하며 '벌크업'을 통해 약 10파운드(약 4.5kg)를 증량했다. 196cm의 큰 키를 가진 봄은 증량을 통해 더 확실한 피지컬을 갖추게 됐다. 증량과 발사각도 조정으로 장타 생산을 늘릴 준비를 마친 셈이다.
타석에 대한 접근법도 변했다. 봄은 원래 초구부터 달려드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타자였다. 지난해 초구 스윙율이 무려 39%로 리그 평균(29.5%)보다 거의 10% 포인트가 높았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타석에서 참을성이 늘어났다. 초반 봄의 초구 스윙율은 30.6%로 리그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통산 잡아당기는 타구의 비율이 28.6%(리그 평균 36.8%)에 불과할 정도로 잡아당기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지만 봄은 '강한 타구는 잡아당겨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밀어서도 충분히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봄은 굳이 당겨서 담장을 넘겨야 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봄은 생각을 바꿔 공에 더 힘을 실어 띄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접근법이 바뀌자 타구도 달라졌다. 지난해 봄은 바깥쪽 공을 공략했을 때 평균 발사각도가 10도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아니다. 바깥쪽 공을 공략한 타구의 평균 발사각도가 가운데 높이의 경우 16도, 높은 코스의 경우 평균 29도까지 급상승한 봄은 바깥쪽 공 타구의 속도까지 빨라졌다. 당연히 밀어치는 타구의 비율도 늘어났다(밀어치는 타구 비율 개인 통산 30.3%, 2023시즌 40%).
물론 이제 시즌을 막 시작한 만큼 봄이 달라진 모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접근법을 바꾸고 그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부분이다. 봄은 약점으로 지적돼 온 수비 측면에서도 많은 보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의 특급 기대를 받았지만 데뷔시즌 이후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봄이 과연 올시즌 제대로 달라진 모습으로 '특급 성적'을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알렉 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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