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연봉워치]②성과로 말하는 증권가.. 총수일가는 예외
증권사 임직원 대체로 성과급 비중 높지만 총수일가 예외
키움 김익래 회장, 대신 이어룡 회장 기본급 비중도 높아
연봉은 크게 기본급과 성과급, 기타소득으로 나뉜다. 기타소득은 회사 복리후생 관련 수당이다.
이 중에서도 기본급은 경영 성과와 상관없이 직급에 따라 받아가는 액수라는 점에서 눈여겨볼만하다. 회사 경영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기본급이 높으면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 특성상 증권사의 고액연봉자들은 대체로 기본급보단 성과급 비중이 높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등기임원, 그 중에서도 총수일가는 달랐다.
비즈워치는 12월 결산 국내 증권사 22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증권사 고액연봉자들의 연봉구조를 분석했다. 개별 연봉내역을 공개한 129명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 결과 지난해 증권사 등기임원 35명의 기본급 비중 44.1%로 미등기임원(54명, 11.5%)이나 5억원 이상 연봉을 수령한 일반 직원(40명, 8.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등기임원은 회사의 경영적 판단을 책임지는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임원 중의 임원'이다. 경영 전반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역할의 가치만큼 적정한 보수를 받아갈 수 있다. 다만 높은 보수에는 어디까지나 합당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등기임원 중에서도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총수일가(6명)만 뽑아보면 기본급 비중은 61.6%로 훌쩍 높아진다.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받는 기본급 비중이 일반 임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총수일가 기본급 비중 평균 61.6%
비즈워치가 조사한 22곳 증권사의 개별연봉 공개대상(129명) 중 총수일가에 속하는 이들은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 회장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으로 총 6명이다.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도 총수일가이지만 3월결산법인이라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는 다올금융그룹 회장이자 다올투자증권 최대주주다.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은 키움증권의 최대주주인 다우기술을 포함한 다우키움그룹의 회장이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유경선 유진기업(유진투자증권 최대주주) 회장의 동생이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대신그룹 양재봉 창업자의 며느리이며,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은 한국투자증권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총수일가 6명의 연봉총액에서 기본급 비중은 평균 61.6%였다. 연봉의 60% 이상은 성과와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받는 기본급이 차지한다는 뜻이다. 이중 지난해 기본급 비중이 가장 높았던 사람은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기본급 17억9900만원을 받았다. 기본급여 12억원과 업무추진비 6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기타소득(1100만원)을 더하면 이 회장이 받은 지난해 연봉총액은 18억1000만원이다. 총 연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99.4%에 달했다.
이 회장의 지난해 연봉총액에서 기본급 비중이 높은 것은 성과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2021년 12억원의 성과급을 받았으나 지난해에는 한 푼의 성과급도 받지 않았다.
성과급 미지급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위기를 겪었고, 때문에 회장을 포함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지난해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회장의 기본급여(12억원, 이하 업무추진비 제외)는 다올투자증권의 최석종 부회장, 이창근 사장(각 5억원)의 두 배, 장호석 부사장(2억4900만원)의 네 배에 달하는 등 하위직급과 비교해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사실이다.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의 기본급 비중은 77.8%로 총수일가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연봉 11억9500만원을 수령했다. 이 중 기본급이 9억3000만원, 성과급이 2억5900만원이다. 김 회장의 기본급도 황현순 대표이사 사장의 기본급(4억5000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어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64.2%)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64.2%)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44.3%)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19.7%) 순으로 기본급 비중이 높았다.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35억5000만원으로 등기임원인 총수일가 6명 중 연봉총액이 가장 많았지만, 기본급(6억8900만원) 비중은 가장 낮았다. 성과급이 28억1600만원(2018~2021년 이연성과급)으로 전체 연봉의 80.3%를 차지했다.
김 회장은 2021년에도 기본급 6억8900만원을 수령했고 성과급은 12억600만원을 받았다. 총수일가임에도 기본급보다는 성과평가에 더 중점을 둔 연봉구조인 것이다.
기본급 액수 자체가 많은 총수일가
사실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성과급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연봉총액(18억1000만원)은 다른 총수일가는 물론 전문경영인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 아니다.
총수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에 해당하는 등기임원 중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지난해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 55억1800만원을 받았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도 지난해 연봉 51억1300만원을 수령했다.
그럼에도 이병철 회장의 기본급(17억9900만원)은 조사대상 22곳 증권사 임직원 129명 중 가장 많았다.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도 이병철 대표이사와 비슷한 17억2500만원의 기본급을 받았다.
개별보수가 공개된 등기임원 중 연봉총액이 가장 높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기본급은 8억4900만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기본급은 16억6700만원으로 총수일가인 등기임원보다 적었다.
기본급 액수가 높은 이유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다올금융그룹은 별도의 지주회사 없이 사실상 다올투자증권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병철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역할이 보수책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기본급 비중 평균 51.3%
총수일가보다는 낮지만 전문경영인에 속하는 등기임원들의 기본급 비중도 적지 않았다. 등기임원 중 총수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29명의 개별연봉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연봉총액에서 기본급 비중은 평균 51.3%였다.
지난해 부동산PF 자금조달 위기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 기본급 위주로 연봉을 수령한 다올투자증권의 최석종 부회장과 이창근 대표이사 사장을 제외하면,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현 한화자산운용 사장)이 전문경영인 등기임원 가운데 기본급 비중이 가장 높았다.
권희백 대표이사는 지난해 7억85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는데 이중 기본급이 6억9400만원으로 연봉의 88.4%를 차지한다. 권 대표이사의 지난해 성과급은 8300만원으로 전체 등기임원 35명 중 성과급 액수가 가장 적었다.
다만 권 대표이사는 현금으로 받은 성과급 8300만원 외에 사업보고서에 금액을 기재하진 않았지만 양도제한조건부주식 (Restricted Stock Unit, RSU)을 받았다.
RSU는 장기성과급제도로 성과조건을 충족하면 일정기간이 지난 후 회사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당장 주식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사 자사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또 RSU는 스톡옵션처럼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미래시점에 정해진 수량의 주식을 회사가 사서 준다는 점에서 최근 매력적인 성과급 지급제도로 꼽히고 있다.
권 대표이사 다음으로는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79.7%)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이사(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71.9%)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69.8%)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이사(69.1%) ▲김신 SK증권 대표이사(68.1%) 순으로 기본급 비중이 높았다.
전문경영인 등기임원 중 기본급 비중이 가장 낮은 사람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였다. 정일문 대표이사는 지난해 55억18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해 등기임원 연봉총액 1위를 차지했지만 이 중 기본급은 8억4900만원으로 15.4%에 그쳤다. 성과급은 46억6900만원으로 연봉의 84.6% 비중이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도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았다. 정영채 대표이사는 지난해 24억75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는데 이 중 기본급이 5억원으로 20.2%를 차지했다. 성과급은 19억6500만원으로 79.4% 비중이었다.
다만 정 대표이사는 2021년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기본급 5억원과 기타소득 1200만원을 수령하면서 2021년 대비 2022년 연봉상승률은 무려 383.4%를 기록했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부회장'이라는 직위에도 연봉에서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낮았다. 최희문 부회장은 지난해 37억2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는데 이 중 기본급이 8억원이었고 성과급은 28억7000만원에 달했다. 최 부회장은 2021년에도 기본급 8억원과 21억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등기임원 평균연봉 11억100만원
한편 지난해 22곳 증권사의 등기임원 수는 총 50명(현재 퇴직자 및 개별연봉 미공개 포함)이다. 이들이 지난해 받아간 보수총액은 619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연봉은 11억100만원이었다.
등기임원 1인당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증권(23억9000만원)이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22억5600만원) ▲대신증권(21억3100만원) ▲메리츠증권(19억1900만원) ▲삼성증권(15억5900만원) ▲NH투자증권(12억6900만원) 순이었다.
22곳 증권사 등기임원들의 2021년 대비 2022년 평균 연봉상승률은 20%였다. 22곳 중 연봉이 오른 증권사가 14곳, 나머지 8곳은 2021년보다 연봉이 낮아졌다.
NH투자증권 등기임원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2021년 대비 339.1% 상승했다. 앞서 2021년에 성과급을 받지 않았다가 지난해에 성과급을 수령해 연봉상승률이 대폭 늘어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영향이 크다.
반면 하나증권 등기임원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2021년보다 53.9% 하락했다. 2021년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되면서 3년간의 장기평가로 지급하는 장기성과급이 아닌 2021년 한 해를 평가한 단기성과급만 지난해 수령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은형 대표이사 전에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한 이진국 전 대표이사보다 보수총액이 줄어들면서 등기임원 평균연봉이 하락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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