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팔 투수는 왜 혼자서 허공에 빈 공을 뿌렸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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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못 하니까요.”

‘9억 팔’ 장재영(키움)은 11일 경기가 열리기 전 원정팀 3루 불펜에 홀로 서 있었다. 12일로 예정된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두고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쉐도우 피칭 훈련 중에 목격한 한 장면이었다.

지켜보는 코칭스태프도, 공을 받아 줄 불펜 포수도, 글러브 속에는 야구공도 없었다. 수건 한 장도 들지 않고 홀로 묵묵히 그렇게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끌벅적한 더그아웃의 풍경이나 훈련에 여념이 없는 키움 선수들의 모습과는 별개로 고독한 가운데 그 혼자 분주했다.

장재영은 11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두고 혼자 허공에 빈 공을 뿌리며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었다.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원정 선수단 투수들의 기본 훈련이 종료 된 이후 따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실제 장재영이 홀로 쉐도우 피칭을 하는 동안 훈련을 마친 키움 투수들이 속속 복귀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와중에도 장재영은 공 없이 투구 동작을 시연해 보면서 투구 밸런스를 점검하고, 좌우와 전후의 스트라이드 폭과 발의 위치와 간격 등도 꼼꼼하게 확인하며 전력으로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일반적으로 선발 등판을 하루 앞둔 날 많은 투수들은 불펜 투구를 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간단하게 몸을 푸는 것 외에는 추가로 많은 훈련을 하지 않는다. 보통 선발 등판 이틀 전에 불펜 투구를 하고 경기 전날에는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는 등의 사례도 많다.

그렇기에 선발 등판 하루 전 집중해서 전력으로 쉐도우피칭을 하는 장재영의 모습은 더 이례적으로 느껴졌다. 동시에 장재영이 2번째 선발 등판에 얼마나 집중하면서 대비하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장재영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장재영이 불펜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키움의 선배이자 우완 구원투수 김태훈이 바로 그런 이였다. 김태훈은 “너무 무리해서 하지 마. 너 그러다 저녁에 뻗는다”라며 걱정과 애정을 담은 부드러운 말로 장재영을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재영은 멋쩍은 웃음으로 그런 선배를 배웅한 이후 다시 쉐도우 피칭을 이어갔다.

꽤 오랫동안 진행된 개인 훈련이 마무리 된 이후 홀로 집중해서 쉐도우 피칭에 매진했던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장재영은 “제가 가장 야구를 못 하니까요”라며 못내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장재영의 얼굴에는 다소 쌀쌀한 날씨가 무색하게 땀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김태훈이 말을 건넨 상황을 묻자 장재영은 “선배들은 항상 너무 지나치게 훈련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신다. 그러다 너무 무리할까 봐 걱정해서 해주시는 이야기들”이라면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겸해서 한 번 집중을 하면서 한 번 던져 보고 싶어서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나선 훈련이다. 앞서 장재영은 6일 LG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 동안 4피안타 5볼넷 3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하며 가능성과 함께 부족한 모습도 함께 노출했다. 결국 이 모든 훈련 과정도 실전에서 더 잘하기 위한 과정이다.

실전을 통해 부딪히며 성장하고 있는 장재영을 위해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려 하고 있다. 가진 재능과 능력만큼은 최고 수준인만큼 장재영이 길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에서도 해답을 찾아야 된다는 것을 그 자신도 알고 있다. 장재영은 “사실 지난 등판에서도 더 잘하려고 애쓰고 지나치게 완벽하게 던지려고 신경을 쓴 공들이 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면서 “항상 많은분들이 ‘충분하니까, 자신감을 갖고 던져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며 12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결국 자신을 믿고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란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키움이 현재 5연패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장재영 또한 지난 경기 패전으로 반등에 대한 부담이 있다. 하지만 결국 홀로 묵묵히 땀을 흘리며 고민했던 순간들 장재영 스스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이제는 그저 공을 던지는 일만 남았다.

장재영은 11일 잠실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두고 혼자 허공에 빈 공을 뿌리며 쉐도우 피칭을 하고 있었다. 사진(잠실 서울)=김원익 기자
[잠실(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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