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2학년' 덕수 정현우, 알고 보니 사촌형이 '프로'..."처음엔 말렸다" [SS시선집중]

김동영 기자 2023. 4. 1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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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고 2학년 정현우가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포즈를 취했다. 사진 | 문학=김동영기자


[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사실 야구 하지 말라고 했어요. 힘드니까.”

아직 고교 2학년생인데 ‘미친 호투’를 뽐냈다. 팀에 전국대회 우승을 안겼다. 최상급 투구를 뽐낸다. 감독의 호평도 나온다. 덕수고 정현우(17) 이야기다. 의외의 인연도 확인됐다. 사촌형이 프로 선수다.

정현우는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강릉고와 경기에서 2회 위기에서 올라와 6.2이닝 1피안타 4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덕분에 덕수고도 5-4의 끝내기 승리를 따내면서 정상에 섰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기였으나 정현우가 마운드를 지키면서 접전이 가능했다. 덕수고의 통산 25번째 우승이고, 올해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놀라운 점은 정현우가 2학년이라는 점이다. 올해 덕수고 3학년 중에 ‘특급 에이스’는 없다고 봐야 한다. 대신 정현우가 활약을 펼치면서 부족함을 상쇄하고 있다.

덕수고 2학년 정현우가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강릉고와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결승전에서도 3학년 이종호가 먼저 나섰으나 1.1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주춤했다. 정현우가 긴급 등판했고, 8회까지 책임졌다. 정현우 아니었으면 덕수의 우승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날만 잘한 것도 아니다. 3월29일 인상고전에서 5.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1일 나주광삼고전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4일 경기상고전에서 2.1이닝 1실점을, 9일 마산용마고와 경기에서는 2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결승전 6.2이닝 비자책 1실점을 더하면 이번 대회 총 5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95가 된다. 29탈삼진에 12볼넷으로 비율도 좋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0.89에 불과하다.

정윤진 감독은 정현우 칭찬에 침이 말랐다. “기량보다 인성을 먼저 말하고 싶다. 감독과 코치들이 할 것이 없는 선수다. 알아서 계획을 짜고, 훈련을 한다.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선수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유연하고, 감각이 굉장히 좋다. 속구가 146~147㎞ 정도 나왔다. 내년에는 시속 150㎞ 초반은 무난히 던지지 않을까 싶다. 그냥 커브, 파워 커브를 다 던진다. 슬라이더도 각이 짧은 것과 큰 것이 있다. 서클 체인지업에 스플리터도 던진다. 이런 고교생 많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것이다”고 호평을 더했다.

덕수고 2학년 정현우(왼쪽)가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사진 | 문학=김동영기자


경기 후 정현우는 “오늘이 마지막 경기니까 한 이닝, 한 이닝 간절하게 던졌다.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지금은 최고 시속 147㎞까지 던진다. 올해 안에 시속 150㎞를 던지고 싶다. 제구도 확실히 잡아야 한다. 국가대표 1선발이 되는 것이 목표이고, 꿈이다”고 소감을 남겼다.

3학년 시즌이 기대가 되지만, 이미 지금도 좋다. ‘에이스’ 소리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커브 2종, 슬라이더 2종, 체인지업, 스플리터까지 뿌리는데 시속 150㎞ 이상 찍는 투수. ‘이상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구팬이라면 보기만 해도 든든할 것 같은 선수다. 의외의 인연도 있다. 정현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다. 가족들이 모두 야구를 좋아한다. 자주 보다가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사촌 형이 프로선수다. 삼성 포수 김민수다. 고종 사촌이다. 삼성 경기 많이 봤다”며 웃었다.

이어 “가끔 연락와서 ‘잘 던졌다’며 격려해준다. 도구도 많이 챙겨준다. 같이 야구를 해본 적은 없는데, 프로에 가서 배터리를 꼭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삼성 포수 김민수. 사진 | 대구=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사촌 형 김민수와 연락이 닿았다. “(정)현우가 제 이야기를 했나요?”라며 웃은 후 “안 그래도 오늘 기록을 찾아보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계속 잘 던지더라. 결승에서도 잘 던졌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사실 야구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추천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야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내가 프로에서 뛰는 것을 보고 현우가 시작했다. 말릴 수 없었다. 잘하고 있으니까 형 입장에서 기분 좋다. 지원도 최대한 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김민수는 프로 10년차 포수다. 2014년 한화에 입단해 권혁의 보상선수로 지명되면서 같은 해 12월 삼성으로 이적했다. 고향팀 입단이다. 주전은 아니지만, 백업으로 견실한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10년씩 프로에 몸을 담는 것이 쉬울 리 없다.

이런 김민수를 보고 정현우도 야구를 시작했다. 둘의 나이 차이가 15살. 동생이기는 해도, 거의 조카뻘이다. 이런 정현우가 잘하니 김민수도 힘이 난다. “부상이 좀 있었는데 이제 다 나았다. 다시 경기에 나간다. 빨리 1군에 올라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정현우는 이렇게 가면 내년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2025년 프로에 올 수 있다. 김민수와 정현우가 사촌 형제 배터리를 이룰 가능성도 충분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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