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정치인'이 말하는 '정치'란? "국민 등 따습게 배부르게"

홍기삼 전국본부장 임수정 기자 2023. 4. 1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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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인터뷰] 김두겸 울산광역시장
국민의힘 재보선 패배 요인? "절박함 없는 보수의 맹점 드러나"
김두겸 울산시장. 2023.4.7/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홍기삼 전국본부장 임수정 기자 = 김두겸(65) 울산광역시장은 울산에서 나고 자란 울산 토박이다. 고교 시절 서울에서 유학한 것과 경남대학교 재학 시절을 빼곤 울산에서 지냈다.

울산에서 생활과 정치를 하면서 모교 동문회의 각종 임원직을 두루 지냈고 울산 해병전우회 부회장도 맡았다. 정치적으로는 울산 시의원에서 남구의원을 거쳐 지난해 시장에 당선됐다. 울산에서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챙기며 '광폭 행보'를 보여준 인물이다.

7일 울산시청 집무실에서 만나 그의 특이한 이력을 짚어주자 김 시장은 "나는 한 번도 중앙부처에서 놀아 본 적이 없으니까 말 그대로 '촌놈 정치인'이고 '지방 정치인'이지"라고 말했다.

이어 "내세울 만한 스펙도 하나 없고 내가 난데 할 입장도 아니다"며 "다른 시·도지사들이 국회의원, 그것도 다 3선 이상 국회의원 출신이거나 장관 출신"이라고도 했다.

김 시장은 지난해 6월 울산시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사실상 '야인'으로 지냈다. 2014년 2월 울산 남구청장 임기를 끝으로 8년 남짓.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모든 질문에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던 그가 '인생에 힘든 시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아주 조심스러운 말투로 "살면서 정치하면서 아픈 기억 참 많았다"며 "좋았던 나빴던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고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만 하며 말을 아꼈다.

그는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평소 신조로 알려진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다는 뜻)을 언급하며 "국민을 등 따습게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취임 이후 대규모 기업 투자를 유치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서 기업 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한 것"이라며 비슷한 결의 답을 했다.

시장 취임 후 인사에서 주요 요직에 민주당 측 인사를 기용한 데 대해서 김 시장은 "지방정부에 여야가 어디 있느냐"며 "다 한 방향이고 긴 호흡으로 보면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벽이 있는데 그 벽을 탕 쳐서 넘어뜨리면 다리가 되지 않느냐"며 "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거고 눕히면 다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치러진 4·5 재·보궐선거에서 울산의 경우 남구의원 한 석을 더불어민주당이, 울산교육감 자리를 진보 진영에서 가져갔다. 김 시장은 '국민의 힘이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보수가 그 자체로 가지고 있는 맹점이 있다"며 "절박함이라는 게 우리 보수에겐 없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울산역에 내려서 깜짝 놀랐다. 4~5년 전에는 황량했는데 많이 발전했다. ▶전국 KTX 역 중에 울산역이 이용객이 가장 많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할 때 지역 인구 이런 것만 따지는데 지방 소멸 막으려면 안 된다. 특히 울산은 유동 인구가 50만명 정도 된다. 인구는 120만명이지만 실제로는 최소 ‘170만 도시’다. 또 부산과 울산 사이에 있는 지역 집값이 매우 싸니까 그쪽으로 살러 가버린다. 또 대구, 경주 쪽은 땅값이 워낙 싸니까 집을 지어서 나가버리고. 집 주소는 그쪽인데 생활권은 울산인 경우가 많다. 다들 울산에 일하러 들어오니까. 그러니까 울산 시민들은 들끓는데 집계상 인구가 얼마 안 되니까 예산 책정이 잘 안되고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울산에 대기업도 많지 않나. 그런데 대기업 임원들이 울산에 살 순 없다. 울산에서 일해서 월급 받으면 서울로 보내는 거다. 주소지도 다 서울이다. 혁신도시 때문에 내려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실제 울산에 사는 사람 수와 인구수 차이가 엄청 난다. 어떻게 보면 울산은 위성 도시인데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울산의 도시 인프라를 이용하는 건 울산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다.

-초·중·고 동기회장, 해병대 전우회장도 하고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작은 것도 큰 것도 많이 챙겨온 것 같다. ▶이번에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어서 보니 ‘나’라는 존재가 없더라. 사람들이 다들 의아해한다. 국회의원 출신 6명하고 (국민의 힘 울산시장) 경선을 치렀으니까. 다들 저 양반이 누군데 국회의원 출신들을 다 꺾었느냐고 한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중앙부처에 놀아 본 적 없는, 말 그대로 ‘촌놈 정치인’이고 ‘지방 정치인’이다. 내세울 만한 스펙도 하나도 없고 내가 난데 할 입장도 아니다. 다른 시·도지사들이 국회의원, 그것도 다 3선 이상 국회의원 출신이거나 장관 출신이다. 나만 유일하게 '지읒' 자가 안 붙었다. ‘중앙’의 지읒. 그만큼 지역적인 사람이다.

-인사에서 특이한 부분이 있던데 울산시 서울본부장에 더불어민주당 사람을 썼다. ▶지방정부에 여야가 어디 있느냐. 다 한 방향이고 긴 호흡으로 보면 똑같은 사람들이다. 여기는(울산은) 사실 진보당 빼고는 다 보수다. 민주당도 보수다. 뿌리든, 생각이든, 사고든 뭐든 다 같다. 벽이 있는데 그 벽을 탕 쳐서 넘어뜨리면 다리가 되지 않느냐. 그런 것과 마찬가지다. 벽을 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거고 눕히면 다리가 되는 거다.

서울본부장 같은 경우는 현실적으로 야당이 많으니까 그쪽 인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쓴 거다. 일은 인맥과 사람으로 하는 거니까. 보수 쪽 사람이 가면 귀를 닫고 건성으로 듣는다. 비슷한 색깔의 사람이 오면 “웬일이오. 어서 오소” 이게 된다. 서울본부를 왜 두느냐. 야당 의원들 만나라는 거다. 그러니까 야당 의원 만나는 데 적합한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서울본부장은 업무 능력도 있고 경험도 많다. 전직 구청장 시절에 잘하는 것을 내가 보기도 했다. 또 업무도 업무지만 리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초매(草昧) 상태다. 처음이라 세상이 어지러운 상태. 두 진영이 우왕좌왕할 때 누군가가 리더의 역할을 해야 된다. 그래서 '좌'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발탁했다.

-시장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정치인이기도 하다. 정치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등 따습게 배부르게 해주는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이다. 아니, 먹고 살아야 국가에 대한 정체성이나 가치나 도덕성이라는 게 생기는 것 아니냐. 그리고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거다. 사막에 다리를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막에 물이 흘러가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번 남구의원, 울산교육감 재·보궐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패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 탓할 거는 참 많다. 그날 비가 오기도 했고. 우리 보수는 '이권'으로 뭉쳤던 집단이다. 자기한테 도움 안 되면 지지는 해도 적극적이지 않다. 반면에 진보는 이념으로 뭉친 집단이다. 그래서 내가 불이익을 받더라도, 자기들이 지지고 볶더라도 '결정력'이라는 게 있다. 이게 보궐선거에서 가장 무서운 거다.

진보와 보수는 근원적으로 출발점이 다르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그러한 결과다. 좋은 말로 민중의 회초리니, 허리끈을 매고 신발 끈을 묶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건 그냥 언론에서 하는 말이다. 우리 보수가 그 자체로 가지고 있는 맹점이 있는 거다. 반면 진보가 그 자체로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는 거고. 이런 면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계기가 보궐선거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염려했다. 틀림없이 보수층은 선거하러 안 오고, 진보층은 퇴근하면 전부 투표소로 줄 서서 올 거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투표하러 가라고 해도 안 가더라. 가려니까 비 온다는 말만 하더라. 절박함이라는 게 우리 보수에게 없다. 또 어떤 사람이 당선됐는지도 별 관심이 없다. 진보는 당선된 사람이 자기 생각을 대변한다, 나와 같은 색깔이라는 자부심 같은 게 있는데 보수는 그런 게 없고 흐리멍덩하다.

-취임 후 10개월을 되돌아보자면. ▶'전국 최고의 부자 도시', '청년 도시' 울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그린벨트 해제와 투자유치에도 집중했다. 결과가 좋아서 취임 10개월 만에 13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

현대자동차의 국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시작으로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생산공장,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까지 굵직굵직한 투자가 이어졌다. 당장 올해부터 관련 공사가 진행되면서 2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기고 건설업계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들이 지역 경기가 되살아나는 것을 즉각 체감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울산 발전을 위해서 그린벨트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기에서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가 부울경 개발제한구역 문제에 대한 답변을 오는 6월까지 내놓기로 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이고 윤 대통령의 울산 공약이 '그린벨트 해제' 아닌가. 그린벨트를 풀어서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한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려면 정부가 지방의 그린벨트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거나 해제 권한을 전면적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국토부가 지난 2월 말 비수도권 시도지사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30만㎡ 미만에서 100만㎡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사업을 시행할 때 '국토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런 전제조건도 없애야 한다.

-취임 이후 연이어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 그 비결은.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이윤 창출 아닌가. 울산은 대한민국의 경제의 심장이고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반 시설이 집중돼 있다는 장점이 크다. 하지만 신규 공장을 유치하는 데 공간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울산에 투자한다는 기업에 과감하고 파격적으로 행정 지원을 해줬다.

투자한 기업을 전담하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소통했고, 공장 부지 조성을 위한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했다. 기업 투자를 끌어내려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서 기업 하기 좋은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정부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철폐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깊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그린벨트 해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기업 하기 좋은 도시 울산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필 △학성중학교 졸업 △광성고등학교 졸업 △경남대 화학과 졸업 △울산대 정책대학원 공공정책 석사 △울산대 행정학 박사 △1995년 제2대 경상남도 울산시의회 의원 △1998년 제1~3대 울산광역시 남구의회 의원 △2010년 제10대 울산광역시 남구 구청장 △2014년 새누리당 울산광역시 남구을 당원협의회 위원장 △2020년 국민의힘 울산광역시당 상임고문 △2022년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울산을 살리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 △2022년 제8대 울산광역시 시장

ar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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