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브리핑]굳건한 한미동맹과 국가적 자존심 사이…우리의 선택은
국가적 자존심 잃지 말아야…도·감청 의혹 확인시 사과·재발방지 약속 받아야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면서 상당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출된 문건에 미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겨 있어 국내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정부와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에 신속하게 수사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기밀 공유 방법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하는 등 이번 기밀문건 유출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문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그런 다음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면 우리는 분명히 그것들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미 정부는 그러나 유출된 문건에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적성국을 넘어 한국과 이스라엘 등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을 도·감청 활동을 한 정황이 담겨 있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3년 10월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무차별적인 감청 행태를 폭로한 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동맹국 정부를 감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이번에 또 다시 동맹국 정부에 대한 도·감청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밀문건 유출과 관련한 최초 언론보도(6일)가 나오기 불과 수일 전 '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공동 개최하고, 도·감청에 활용되는 '상업용 스파이웨어'의 사용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오히려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백악관 등 미 기관은 미 당국자들이 지난 며칠간 고위급 레벨에서 관련 동맹 및 파트너들과 연락을 취해 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행정부 내 일각에서조차 "동맹국들과 신뢰를 재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도 이번 기밀문건 유출 사태가 일으킨 파문의 중심에 서 있다.
해당 문건에 지난달 초 당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미국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 문제로 대화한 내용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데다 그 출처가 '신호정보 보고(시긴트·SIGINT)'로 명시돼 있어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등 정부·여당은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다만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실의 미국에 대한 저자세 대응을 문제삼으며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펴고 있다. 일부 야당은 "중대한 주권침해"라며 미국을 향한 비판에 주력하고 있다.
여야의 대치와 맞물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미국의 도·감청 의혹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미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이 사실일 경우 미국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등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국가간 정보 전쟁엔 우방도, 동맹도 없다"며 자체 역량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기밀문건 유출 사태와 미국의 도·감청 의혹에 대응하는데 있어 감정적 접근보단 냉정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들이 적지 않게 들린다. 무엇보다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감정적 대응으로 동맹인 미국과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경우, 향후 안보와 경제적 관점에서 얻어야 할 국익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 대응을 하기 위해선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 미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등에서 봤듯이 미국은 여전히 경제 분야에서 한국을 겨냥해 쓸 수 있는 카드가 넘친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물론 유출된 문건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정부가 해당 문건에 나온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를 고려하면 국정 운영 경험을 갖고 있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미 및 대여 공세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국가적 자존심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미국 정부의 수사 결과 도·감청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미국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미국 정부도 70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유지하고 인도·태평양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해선 한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한국의 정당한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야당의 정치공세에 대응 차원이었겠지만, 미국 정부의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한국 정부가 도·감청 의혹을 서둘러 부인할 필요는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향후 추가 문건 유출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미 정보기관의 동맹국 정부 도·감청 의혹이 기정사실화될 경우 한국 정부의 모양새만 우스워질 수도 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당초 언론 보도에 나온 것보다 이른 시점에, 수백건의 기밀문건이 유출된 정황이 있어 기밀 문건의 추가 공개시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아울러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한 정부 전반의 보안 태세에 대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도·감청 대응 역량 강화는 물론 국가간 정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 마련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gayunlov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