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소득 정확한 파악 통해 실농민 지원 늘려야”
경영안정프로그램 도입 추진
전문가 “조세체계 개편 필요
세부담 최소화 방안 마련을”
정부가 소득신고를 하는 농민의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농민의 납세체계 개편은 농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만큼 정부가 어떻게 논의의 물꼬를 틀지 기대를 모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농업직불제 확대·개편 계획’을 내놓고 농가의 수입·매출액 파악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 같은 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처럼 농가의 수입(소득)을 품목별 수확량과 도매시장 평균가격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추정하지 않고 개별농가의 실제 수입 정보에 기반해 운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은 “올해 안에 농가 경영안정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농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자등록과 소득신고를 하는 농민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조세체계에서 농민의 소득과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2010년 농업소득세가 폐지되면서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농업소득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 외 작물도 수입금액이 10억원 이하이면 비과세 대상이다. 소득세 과세 의무가 없다보니 소득신고의 필요성도 사라졌다. 게다가 농민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기 때문에 매출액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통계청이 매년 ‘농가경제조사’를 통해 농가소득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전국 3000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표본조사여서 한계가 많다.
이런 조세체계를 두고 지금까지는 농민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소득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지원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농민이 소외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농업분야의 조세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농민들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가 7차례에 걸쳐 지급한 재난지원금 가운데 소상공인 등 피해업종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번번이 제외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른 소득 감소를 입증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2·4차 재난지원금은 받을 수 있었지만 농지면적을 기준으로 0.5㏊ 미만의 소농을 대상으로만 지급하면서 소외되는 농민이 많았다.
소득정보의 부재는 농업정책 대상자 선정도 어렵게 만들었다. 농업소득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보니 정부는 농외소득·재산 등의 다른 요건을 기준으로 정책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소농직불금은 지급대상자를 농외소득 2000만원 미만으로 제한했고, 8년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감면도 조세특례 적용 때 농외소득을 활용한다.
농민들도 소득 파악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농민 1709명을 대상으로 ‘농업소득 파악의 필요성’에 관해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1%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국세청 소득신고에 대해서도 거부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농업소득 국세청 신고 의향을 물은 결과 ‘긍정 의견’과 ‘부정 의견’에 대한 응답이 각각 31.8%, 32.0%로 엇비슷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업분야는 코로나19로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정확한 소득 파악이 어려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가 있다”며 “각종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서는 소득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는 만큼 농민의 소득신고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업소득을 파악하려면 결국 농업소득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납세 의무가 없는 소득신고는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 과세가 자칫하면 세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과세로 생기는 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지원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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