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대형산불] ‘전쟁터 방불’ 난곡동·경포동 일대 삽시간에 풍비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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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이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진 11일.
거침없이 번진 불길은 경포호수 너머 바닷가까지 경포와 사천면 해안가 전역을 잿빛 암흑세계로 만들고, 수㎞떨어진 강릉시내에도 매케한 그을음을 진동케했다.
산불진화 수호신인 8000ℓ급 최대형 헬기가 무력화 된 상황에서 경포 일대 골짜기 곳곳에서 민가와 펜션 수십채가 연이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이며 맥없이 무너져 내리자 강릉시와 산림·소방당국은 주민 대피 및 보호와 함께 민가 사수에 총력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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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ℓ급 최대형 헬기도 무력화
시·산림·소방당국 민가 보호 총력
대형산불이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진 11일. 동해안 관광 1번지 경포는 포화에 일그러진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난곡동에서 발화한 산불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경포동과 사천면 일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봄날 아침의 평온은 시뻘건 화염과 자욱한 연기 속에 삽시간에 풍비박산이 났다.
‘난곡동에 산불 발생’ 문자를 채 읽기도 전에 경포동 주민 대피 문자가 연이어 날아들고, 소방차의 요란한 싸이렌이 도시를 점령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경포 일대 리조트·호텔 투숙객들도 놀라 뛰쳐나왔고, 수업을 하던 경포대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안전지대로 황급히 대피했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에 대피하는 주민들의 몸이 사정 없이 휘청댔다. 경포 인근 아파트 주민 이모(50) 씨는 “관리사무소의 대피 안내방송을 듣고 딸과 아내를 먼저 나가라고 한 뒤 밖으로 나왔는데, 연기와 재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다”며 가족들을 찾기 바빴다.
불길에 민가가 불타고 무너져 내리자 곳곳에서 사투가 벌어졌다. 난곡동 주민 최중호(60) 씨는 “아침에 갑자기 정전이 돼 무슨 일인가 했는데, 미처 손 쓸 사이도 없이 집 주변으로 불길이 밀려들었다”며 “급한 대로 지붕에 물만 뿌리고 대피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주민 심엄섭(65) 씨는 “지붕에 불이 붙어 우선 기르던 개를 먼저 풀어주고, 지붕 일부를 잡아 뜯어 겨우 불길을 잡았다”고 말했다.
거침없이 번진 불길은 경포호수 너머 바닷가까지 경포와 사천면 해안가 전역을 잿빛 암흑세계로 만들고, 수㎞떨어진 강릉시내에도 매케한 그을음을 진동케했다.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 앞에 공중진화 헬기도 속수무책. 산불진화 수호신인 8000ℓ급 최대형 헬기가 무력화 된 상황에서 경포 일대 골짜기 곳곳에서 민가와 펜션 수십채가 연이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이며 맥없이 무너져 내리자 강릉시와 산림·소방당국은 주민 대피 및 보호와 함께 민가 사수에 총력전을 펼쳤다.
인근 주차장으로 긴급히 대피한 경포현대아파트 주민 최순희(65·여) 씨는 “아침부터 대피 방송이 나와 놀란 가슴을 붙잡고 휴대폰과 가방, 외투를 챙겨 부랴부랴 나왔다”며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고 집이 불 탈까 걱정된다”고 울먹였다. 또 같은 아파트 주민 김계자(73·여) 씨는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아파트 주민들이 전부 우루루 쏟아져 나와 대피했고, 바람이 불수록 하늘은 점점 검게 변해 손이 덜덜 떨린다”고 말했다.
이날 경포와 사천 일대에서는 600여명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사천중학교 체육관 등지로 대피했고, 집이 불탄 이재민들은 한숨 속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오후 6시 기준 재산피해는 주택 등 72채와 산림 379(산림포함)ha소실로 잠정 집계됐다. 또 펜션에서 불길을 피하지 못한 A(88)씨가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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