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대형산불] 온몸으로 지켜낸 ‘보물 경포대’ 현판 이송…방해정은 일부 소실

문화재 사수 총력 상영정 등 전소

▲ 경포대 정자 인근까지 불이 옮겨붙자, 급하게 저지선을 구축하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11일 발생한 강릉 경포 일대 산불 현장에서는 보물 경포대를 비롯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한때 관동팔경(關東八景)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히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경포대 근처까지 불길이 번지자 보호에 비상이 걸렸으나 현장에서 살수작업 등을 벌인 끝에 피해를 막았다.

그러나 일부 피해는 피하지 못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소실됐으며 비지정 문화재인 ‘상영정(觴詠亭)’과 사찰 인월사는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상영정’은 1886년 강릉 유림 16인의 모임인 상영계가 경포호 인근에 세운 정자로 강릉의 계모임 문화를 잘 보여주는 곳으로 평가된다.

경포대의 경우 화재 피해 직전까지 가면서 현판 총 7개를 떼내어 인근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기기도 했다.

강원도문화재연구소 문화재돌봄사업단과 문화재청, 도문화유산과, 강릉시청 문화유산과, 경포대 안전경비원, 의용소방대원 등이 방수총을 활용해 사전에 물을 뿌리는 등 총력을 다해 막았다. 방수총 등 잘 구비된 방재시설물이 경포대 화재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장 살수작업을 진행한 도문화유산과 관계자는 “물을 많이 뿌려 경포대를 지킨 것이 큰 다행”이라며 “직원들이 온 힘을 다해 화재를 막으려 뛰어다녔다”고 했다.

국가민속문화재 ‘강릉 선교장’과 박제상의 사당인 경양사에서도 살수작업이 진행돼 불길에서 비껴갔다. 강원도문화재연구소가 설치한 IoT(사물인터넷) 문화재 안전관리 모니터링 시스템 측정 결과, 금란정과 호해정은 한 때 온도가 올라가는 등 위기 신호가 감지됐으나 불길이 옮겨지지는 않았다.

도와 도문화재연구소 등은 피해 현황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보호 대책 등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김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