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는 멀쩡하십니까?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 [인천, 신종마약 판친다]
처방전 받기위해 병원 순례… 시들어 가는 청춘
남녀노소 무차별 중독… 구멍뚫린 의약품 관리
인천지역에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마약 범죄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는 과거 마약 사범 대부분이 대마나 필로폰 등이었던 것과 전혀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인천경찰청과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경기지역 마약류 단속 건수는 5천559건 중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펜타닐이나 옥시코돈(Oxycodone) 등 향정신성 의약품 단속 건수는 3천861건(69.5%)에 이른다. 마약 사범 10명 중 7명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하는 것이다. 대마(1천168건·21%)나 마약(530건·9.5%)과 비교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다.
이 같은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 투약은 인천·경기지역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천·경기지역 마약류 단속 건수는 전국 단속 건수 1만8천395건의 30.2%에 이른다.
특히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마약 사범의 재범률이 대마나 필로폰 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인천지역 마약사범 1천4명을 대상으로 재범률을 분석한 결과, 향정사범 662명 중 348명(52.6%)가
재범이다. 이는 전체 마약사범의 재범률 51.1%보다 높다. 대마사범 244명 중 123명(50.4%), 마약사범 98명 중 42명(42.9%)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은 병원에서 처방받아 일반 약국에서 살 수 있는데, 과거처럼 오남용 사례가 아닌 이젠 중독성 투약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시민들의 생활속으로 파고들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며 “이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재범률이 높다”고 했다.
20대 남성 A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옥시코돈을 처방 받아 투약한 뒤부터 중독, 2021년 1월부터 1년여 동안 전국을 오가며 무려 100차례에 걸쳐 옥시코돈을 처방받았다. 심지어 A씨는 자신이 투약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 지인 5명에게 옥시코돈을 공급까지 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검찰은 A씨를 지난해 4월 마약 투약 및 공급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심한 병이나 통증을 앓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보니, 일부 마약사범들이 악용해 펜타닐 등을 쉽게 구하면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 등은 일부 비양심적인 병원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을 과하게 처방하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인천의 내과의원 의사는 같은 용량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음에는 3만원, 마지막에는 20만원 이상을 받고 처방해줬다. 1달에 같은 환자에게 2~3번씩 처방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 의사는 최근 마약류관리법상 목적외 처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지역 안팎에선 손쉽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구할 수 있어 일반 시민이 마약 사범으로 전락하는 만큼, 철저한 의약품 관리가 이뤄지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마약류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마약류 사범은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마약류 범죄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대한민국도 마약류 범죄의 위험지대로 전락했다”고 했다. 이어 “재범가능성이 높은 만큼 처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국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도 기회제공형 수사기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물론, 재판부 등도 마약류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 기자 minsn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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