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대형산불] “이 작은 텐트가 내게 남은 유일한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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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이 잡혔지만 역대급 강풍을 타고 민가로 번져 돌아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번 산불로 주택과 펜션 71채가 소실되거나 피해를 입는 등 주민피해가 이어지면서 대피소에는 528명 가량의 이재민들이 돗자리와 재난 구호 쉘터에 의지한 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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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탓 불길 순식간 확산 피해 커
“더이상 돌아갈 곳 없어” 주민 눈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이 잡혔지만 역대급 강풍을 타고 민가로 번져 돌아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11일 찾은 강릉아이스아레나 대피소. 이번 산불로 주택과 펜션 71채가 소실되거나 피해를 입는 등 주민피해가 이어지면서 대피소에는 528명 가량의 이재민들이 돗자리와 재난 구호 쉘터에 의지한 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사천중학교 대피소에는 이재민30여 명이 몸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현장은 집이 완전히 불에 타거나 갑작스러운 산불로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재민들의 심리회복을 위한 강원도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도 한켠에 마련됐지만 이재민들은 당시의 화마를 목격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안식처를 잃은 주민들은 허탈할 따름이다. 강릉 안현동에 거주하는 김홍기(59)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힘겹게 살아가던 삶에서 안식을 주던 월세방이 불에 타 돌아갈 곳을 잃었다. 김씨는 두 다리가 불편해 의족과 휠체어로 이동을 해 대피도 쉽지 않았다. 발이 돼 주던 전동 휠체어마저도 이번 산불로 인해 집이 타면서 같이 잿더미가 돼 버렸다. 김씨는 “부모님도 처자식도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옆집의 외국인 노동자가 구해줘 간신히 살았다”며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이 텐트 말고는 나를 지켜줄 보금자리가 없다”고 했다.
발화지점인 강릉시 난곡동에 거주하는 이선도(84·여)씨. 난곡동 노인회관 근처에서 혼자 거주하는 그는 이리 저리 강풍을 타고 치솟는 불길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미 인근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지만 이씨는 홀로 사는 탓에 이동수단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불은 순식간에 자택 주변으로 번져 연기가 자욱해 숨도 쉬기 어려웠던 그때 다행히 이재민을 대피시키던 공무원들의 차에 탑승해 대피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이씨는 “간신히 차에 타 이동하는 길에 이웃들이 살던 집이 타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50년 이상 살아온 집이 어떻게 됐을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대피소에 가장 처음 도착했다는 전우집(82)씨는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키우던 강아지를 풀어주지도 못하고 도망쳤다”며 “바로 옆에 살던 세 집이 불에 타버려 우리집도 지금 멀쩡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 600여명의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채 대피소에 남아있는 상태로 이재민 접수가 이어지고 있어 최종 인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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