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호기심에”… 학교까지 파고든 ‘좀비 마약’ [인천, 신종마약 판친다]

이민수 기자 2023. 4.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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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 형태 ‘펜타닐’ 급속 전파... 화장실·공원서 쉽게 투약 가능
10대 마약사범 5년새 5배 급증...마약성 진통제, 소량도 위험 “경각심 심을 교육·단속 필요”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인천지역 10대 청소년 사이로 ‘악마의 마약’이나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Fentanyl)’이 숨어들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악마의 마약’이나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Fentanyl)’이 인천지역 고등학교에까지 파고 들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마약 거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확산하면서 이에 익숙한 10대들이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데다, 펜타닐이 부착 형태다보니 학교 화장실이나 공원 등에서 쉽게 투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서는 학교에서도 마약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A군은 SNS 등을 통해 구한 펜타닐이나 옥시코돈(Oxycodone) 등을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친구 5명에게 팔아왔다. 사실상 마약 중간공급책인 셈이다. 물론 자신도 펜타닐 중독이다. 그는 옥시코돈의 심각한 중독자다. 소위 그들끼리 말하는 ‘담배를 피듯 약을 먹는 중독자’ 수준이다. A군은 결국 수사기관에 적발, 검찰은 최근 A군을 마약알선·투약 혐의로 기소했다.

고등학생 B군은 지난 2년전부터 SNS에서 불법으로 펜타닐을 구입해 집과 친구의 자취방 등에서 수시로 투약하다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B군은 아픈 다리의 통증을 줄이려 펜타닐을 투약했지만, 과한 복용으로 심각한 중독에 빠져 결국 마약사범으로 전락했다. 경찰은 최근 B군에 대해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송치했다.

인천지역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펜타닐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한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11일 인천경찰청과 인천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천지역에서 10대 마약 사범은 2018년 8명, 2019년 19명, 2020년 22명, 2021년 32명, 지난해 42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체 마약류 사범이 해마다 1천명대 초반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0대 마약 사범은 5년만에 무려 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경찰은 이처럼 인천지역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은 SNS를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 등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검거한 전국의 마약사범을 분석한 결과, 21.6%가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마약 거래를 했다.

특히 펜타닐은 병원에서 처방받아 시중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해 다른 마약보다 쉽게 시중에 퍼지고 있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이자 모르핀보다 200배 강한 진통 효과가 있어 극소량만 몸에 투입해도 위험하다. 과다복용하면 호흡기능 저하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펜타닐도 마약검사를 통해 양성으로 나오면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만큼, 학교에서 10대를 중심으로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누리 가천대 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객관화된 수치보다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에 의해 유도되는 경향이 높아 사람에 따라서는 한 번 복용으로 중독될 수 있다”고 했다. 또 “18세 미만에서부터 마약류에 노출된 경우 마약류 장기 복용으로 인한 행동장애의 발생 위험성이 4~7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의 마약류 복용에 더욱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이들이 그런 환경에 지속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10대 마약류 범죄는 개인의 육체와 정신건강을 직접적으로 침해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각종 흉악범죄를 유발한다”며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청소년이라도 중한 처벌을 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마약성 의약품의 불법 처방 및 유통 행위에 대해서 관계 기관과 함께 강력한 단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민수 기자 minsnim@kyeonggi.com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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