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로 없는 인천 대곡路 ‘위험천만’…주민 도로로 내몰려도 손 놓은 구
도로 끝 내몰린 주민들 “장에 갈 때마다 불안”
서구 “사유지 매입 등 문제, 즉시 개선 힘들어”
“옆으로 차가 쌩쌩 지나다니니 사고라도 날까 무서워 마트도 잘 못 가고 있습니다.”
11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대곡동 태정마을회관 앞 대곡로. 불과 4m 폭의 도로에서 양방향으로 대형트럭과 승용차들이 지나가자 길을 걷던 주민 손선자씨(81)가 황급히 옆으로 비켜섰다. 도로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손씨의 발이 바로 옆 밭으로 빠졌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장을 보러 가려면 이 도로를 꼭 지나야 하지만, 인도가 없어 부딪칠 듯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차량들을 아슬아슬 피하는 모습이었다. 손씨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차들과 엉키면서 가야 한다”며 “사고가 날 뻔한 상황들도 자주 있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대곡동 마을의 시내버스 정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도로가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트럭과 승용차가 길을 지날 때마다 비켜서기를 반복해야 했다. 김영순씨(80)는 “버스 한번 타기도 쉽지 않다”며 “정류장도, 인도도 없으니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대곡동 주민들의 주요 통행로인 대곡로가 오히려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도로로 전락했다. 대곡동의 주요 마을로 이어지는 약 4㎞ 구간에 인도는 물론 주민 통행을 위한 안전시설 등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주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지자체가 즉각 도로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데도 구는 대곡로가 정식 도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내버스까지 운행되고 있음에도 수십년간 주민들의 통행에 따라 사유지에 생긴 자연발생 도로라 관리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는 또 대곡로 일부 구간이 인근 다른 국도 개설 사업과 겹쳐 있고, 인근 도시개발사업에 따른 대곡로 정비계획 등이 있다는 이유로 개선을 미루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은 인근 태정마을 등으로 시내버스가 1시간30분만에 1대씩 오가는 등 교통도 열악하고,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수년째 정주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신형준 대곡동발전주민위원회 간사는 “대곡로에 인도를 만들어달라고 아무리 건의해도 개발사업 등을 지켜보자며 떠넘기고만 있다”며 “이제 더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만큼, 지자체가 서둘러 도로 정비라고 해 줬으면 할 뿐”이라고 했다. 이어 “오는 14일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이 신발 끈 질끈 묶고 인도조차 없는 인천 서구 대곡동 차도를 대곡동 주민들과 함께 걷기로 했다”며 “뭔가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주민 불편을 알고 있지만, 사유지인 도로를 매입하려면 500억원이 필요해 당장 개선하긴 힘들다”고 해명했다.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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