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쌀 생산조정과 들녘경영체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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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간에 논쟁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들녘경영체를 단지 쌀 생산조정 수단만이 아니라 들녘 또는 마을단위 협업경영시스템으로 발전시키면 우리 농업이 처한 소농 구조를 개선하고 농촌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다만 들녘경영체가 희망을 주는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유형별 수익창출모델 개발과 교육 훈련, 그리고 협업경영체의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 정비와 농지임대차사업, 농기계 임대사업, 생산기반 정비사업 등 관련 지원시스템의 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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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마다 제도 들었다놨다
우리 농촌 영세고령농이 과반
나홀로 타작물 도전은 버거워
마을주민 힘 합친 ‘들녘경영체’
농업 6차산업화할 동력 될 것
얼마 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간에 논쟁이 있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생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야당 측 주장과 그렇게 할 경우 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한다는 여당 측 입장이 맞섰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땠을지 모르겠다. 사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공익직불제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쌀값 안정 장치 역할을 하던 변동직불제를 폐지해놓고 새삼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농가는 호당 평균 1.5㏊로 영세한데 그나마 경영주의 60%가 65세 이상의 고령농이다. 농가의 절반이 넘는 53만6000호가 쌀농사에 종사해 그동안은 쌀산업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으나, 소비가 반토막 난 상황에서 이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영세 고령농들로서는 선택 폭이 넓지 않다. 벼 대신 밀과 콩·조사료 등 이른바 전략작물을 심으면 지원금을 준다고 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작물에 필요한 생산기반과 시설·장비를 갖추는 것은 신규 투자를 요할 뿐만 아니라 수확물의 판로와 소득 불안정 등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을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 상주의 나누리영농법인은 인근 마을 주민과 공동으로 논에 콩을 재배해 벼농사 못지않은 소득을 올리고 쌀 생산조정에도 성공하고 있다. 2016년 들녘경영체로 출범한 이 법인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농기계를 바탕으로 회원을 모집해 종자 공급과 재배는 물론 수확·선별 작업과 유통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한 마을 어르신들이 콩으로 메주와 된장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써 계획영농과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생산비 절감, 고령농가의 농지·노동력 활용, 6차산업을 통한 소득 다각화 등 시너지효과를 얻고 있다. 논콩 재배가 벼농사보다 소득이 높고 기계작업으로 일하기도 편하다며 회원수가 100여명에서 420명으로 늘어나 금년에는 300㏊에 콩을 심을 계획이라 한다. 운영자가 리더십을 갖고 공동 작업과 시장 개척을 하고 투명하게 경영한다면 굳이 벼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들녘경영체란 50㏊ 이상의 집단화한 들녘의 농작업을 공동 수행하는 법인으로 2009년 ‘고품질쌀최적경영체’에서 시작됐다. 그 후 2014년부터 ‘들녘경영체육성사업’으로 재정비해 지금은 538개 경영체가 논 면적의 12.3%인 9만394㏊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쌀 생산조정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와 함께 들녘경영체를 대상으로 재배기술 컨설팅, 공동작업 시설 ·장비, 그리고 배수 개선과 선별·가공·유통 시설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세 고령농 소유의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가공·유통 등 6차산업화, 그리고 농지 보전과 농업인력 양성 등을 통해 농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지역공동체 유지·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농촌에서는 고령경영주들이 은퇴하면서 영농 승계와 농지 보존·이용 등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들녘경영체를 단지 쌀 생산조정 수단만이 아니라 들녘 또는 마을단위 협업경영시스템으로 발전시키면 우리 농업이 처한 소농 구조를 개선하고 농촌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다만 들녘경영체가 희망을 주는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유형별 수익창출모델 개발과 교육 훈련, 그리고 협업경영체의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 정비와 농지임대차사업, 농기계 임대사업, 생산기반 정비사업 등 관련 지원시스템의 조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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