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알바인 줄 알았는데 '마약 운반'…"모르고 했어도 처벌 받는다"

조현기 기자 유민주 기자 2023. 4. 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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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모바일에 '고액알바' 공고…"의심 먼저"
"30분 안 마약 구매 가능해질지도…대책 절실"
ⓒ News1 DB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기자 = "고액알바하다 마약사범 몰렸어요."

최근 고액 알바를 하던 A씨는 경찰에 조사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귀중품이나 깨지기 쉬운 물품으로 알고 운반했는데 마약인 것 같다"며 "경찰이 부르니 겁이 난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즘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액알바'가 많이 뜬다. '한달에 2000만원 이상 벌고 싶은 분' '일당 100만원 이상 벌고 싶은 분' 등 짧은 시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이런 공고에 현혹됐다가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음료'를 나눠준 일당도 경찰에서 "알바인 줄 알았지 마약인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경찰과 마약 전문가들은 고액 알바 공고가 마약이나 보이스피싱 범죄의 운반책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약 유통범이 마약류를 나무 밑에 은닉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2023.4.5/뉴스1

◇ "보이스피싱 닮아가…몰라도 처벌" 1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마약 유통 방식은 점점 보이스피싱과 비슷해지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고액알바' 공고를 올린 뒤 연락한 사람에게 지정된 장소로 마약을 운반하게 하는 것인데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해 특정 장소에 옮기게 하는 보이스피싱 유통과 닮았다.

학술지 범죄수사학연구에 게재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행과정 분석' 논문에 따르면 현금수거책 역할로 피고인이 된 대다수 사람은 '고액알바' 등 광고를 보고 연락했거나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가 연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알았든 몰랐든 드로퍼(운반책·dropper)로 적발되면 처벌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최근 마약 범죄에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운반책도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운반만 했는데 돈을 많이 주면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우편·택배 시스템이 잘돼 있어 인편 운반을 부탁하는 것 자체를 의심해야 한다"며 고액 알바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가능성을 알면서도 절박한 금전적 사정 때문에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가 7일 필로폰·케타민·합성대마 유통 혐의로 검거한 운반책 18명 가운데 16명이 부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마약 유통이 중대 범죄라고 인식하고도 채무 과다 또는 인터넷 도박 중독 등의 이유로 절박한 상황에서 고수익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마약 전문가는 "정말 마약인지 모르고 운반했을 수도 있지만 알고 하는 사람도 많다"며 "유통책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도 "법망을 피하기 위해 '몰랐다'고 둘러대지만 실제로는 알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던지기' 수법으로 유통하기 위해 소분해 포장돼 있는 마약류.(경남경찰청 제공)

◇ "방치하면 30분 안에 마약 배달될 수도" 전문가들은 차제에 마약 전반을 뿌리뽑지 않으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쉽고 빠르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배우 유아인, 남경필 장남, 돈스파이크의 사례는 물론 마약음료 사건 등으로 경각심이 높아진 이 시점에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이와 관련, 임상현 센터장은 "젊은 세대는 인터넷·모바일 노출빈도가 높은 데다 유학 등 외국 생활을 하며 마약을 접할 기회가 많다"며 "다르크 센터 입소자를 보면 2021년부터 20대가 60%, 10대도 10%나 된다"고 젊은 층의 마약 확산을 우려했다.

임 센터장은 "일본·미국·유럽 등에서는 우리가 배달 음식 시키면 20~30분 안에 오듯 짧은 시간 안에 집 앞으로 마약이 배달된다"며 "마약 유통 방식이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마약회복 활동가는 "마약 범죄자들이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끊임없이 파고들 것"이라며 "수면 내시경할 때 사용하는 프로포폴이나 집중력·주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약물처럼 의외로 쉽게 마약과 접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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