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강원도 분권 방향,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배운다
강원도는 6월부터 법적으로 분권국이 된다. 그러나 이름만 분권일 뿐, 강원도가 가질 정책자유의 종류와 수준은 앞으로 얻어내야 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므로, 기꺼이 희생할 각오도 있어야 한다. 지금 세상은 힘이 아닌 논리로 겨루는 시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원도가 갈 분권 방향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는 분권이 없었다. 왕이나 중앙정부가 지역의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지역은 그냥 따라야 할 의무만 있었다. 오직 관심은 떡 하나 더 얻어낼 수 있는 현실의 처절함을 강조할 뿐이었다. 이제 정책자유를 얻을 논리를 개발하려면, 선진국에서 배워야 한다. 모든 선진국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축적된 사상을 바탕으로 분권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분권의 종류와 수준은 국가마다 상이하다. 강원도는 어떤 국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까? 필자는 스위스의 연방주의연구소(Institute of Federalism)
와 이탈리아의 유럽연구소(Eurac Institute)를 방문하여 온종일 토론한 결과, 강원도의 분권 방향을 깨달았다.
분권 제도는 각 국가의 고유한 역사와 주민들의 특성을 반영하므로 각자 유일하게 존재하는 제도다. 강원 분권제도도 마찬가지다. 이제 선진국의 분권 경험을 강원도의 특성에 맞춰 강원이 가야 할 방향을 디자인해야 할 때다.
강원도는 산림이 80% 이상 차지하는 지리적 특성을 가졌다. 그래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거대한 국가와는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반면 스위스는 강원도와 유사하다. 또한, 정치제도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한 모범국가다. 그래서 주(Canton)의 권한이 강력하다. 기본사상도 주 자유가 우선되고, 주가 하지 못하는 사무는 중앙정부에서 한다. 헌법에도 권력은 주 정부가 우선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모든 것이 주 중심인 스위스는 완벽하게 강원도의 교훈이 되는 국가이다.
그러나 역사적 과정을 보면, 개인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사상을 주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처절한 아픔도 있었다. 주가 완벽한 정책자유를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상적 진통과 역사적 아픔이 있었고, 이를 통해 모범적인 분권국이자 직접민주주의도 실현하는 국가가 되었다.
스위스 시장이 우리 방문단에게 시정 역사와 구조를 설명할 때 수행원이 한 명도 없었다. 발표 슬라이드를 포함한 모든 자료를 시장이 직접 만들었고, 끝까지 혼자 우리와 토론했다.
이후 주 의회를 방문했다. 마침 주 의회 의장이 수행원과 같이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의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명 모두 백팩 가방을 어깨에 메었고, 평범한 운동복을 입고 있었다. 스위스의 완벽한 분권 구조 이면에는 완벽한 개인주의적 사고가 생활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위스는 강원도가 가야 할 분권 방향의 북극성으로, 현실화하기에 너무도 먼 국가다.
이탈리아의 남티롤 주는 독특한 역사를 가졌다. 원래 오스트리아 영토였으나, 1910년대에 이탈리아 영토가 되었다. 그래서 공식 언어도 이탈리아어와 독일어이다. 역사적 아픔과 여러 민족이 공존했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남티롤 주에 특례를 인정했고, 이를 헌법에 명시했다. 그래서 남티롤 주민이 내는 세금의 90%는 남티롤 정부에서 가져갈 수 있다. 남티롤의 자연특성은 알프스다. 그러나 자연상태의 알프스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티롤의 산악케이블카는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다. 자전거를 가지고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기차와 버스가 있다. 또한, 정상에 고급 호텔과 술집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 머리에 깊숙이 자리 잡은 개발과 보존이 충돌한다는 개념을 뒤엎는 현장을 보았다. 케이블카 운행시간도 충격적이다.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운행된다. 케이블카는 대중교통의 한 수단일 뿐, 우리 머리에 있는 케이블카가 아니었다. 남티롤은 아름다운 자연을 개발하여 지역발전을 이루었다.
강원도가 그토록 바라던 자연보전과 경제개발이 공존하는 세상이 여기에 있었다.현진권 강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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