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입 열었다…흥국생명 꺾은 도로공사의 비책은
기사내용 요약
김연경, V-리그 시상식서 뒷 이야기 공개
도로공사, 몸 안 좋다 말하고 코트서 펄펄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을 상대로 역사적인 역전승을 거둔 한국도로공사의 비책이 맞상대 김연경을 통해 공개됐다. 병법에 비유하면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의 방심을 유도하는 이른바 '공성계'와 거짓 정보를 흘리는 '반간계'를 구사한 것으로 요약된다.
도로공사는 5전3선승제 챔프전에서 먼저 2패를 하고도 3연승으로 우승하며 한국 프로배구에 유례가 없는 역전승을 거뒀다.
2005년부터 시작된 프로배구 V-리그에서 남녀부를 막론하고 1·2차전을 이긴 팀은 반드시 우승을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0%의 확률을 뚫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열세로 평가 받던 도로공사가 어떻게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막강 전력의 흥국생명을 누를 수 있었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이런 가운데 흥국생명을 이끈 김연경의 입을 통해 도로공사의 비책이 일부 공개됐다.
김연경은 지난 10일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시상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도로공사가 연막작전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김연경은 이어 "(도로공사 선수들을 만나서 얘기하면)나이가 많아서 힘들다. 3차전 때도 안 될 것 같다고 했는데"라며 "(정대영은)발목이 분명 돌아갔는데 발목을 돌리면서 일어나더니 끝까지 하더라"고 말했다.
김연경의 폭로대로 이번 챔프전에서 도로공사 선수들은 '감기에 걸렸다'며 힘들어했다. 일부 선수들은 마스크를 쓰고 출전하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홈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가져갔다. 흥국생명이 방심을 할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2연패 직후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는 당연히 떨어졌다. 상대가 우리보다 전력에서 7대 3으로 앞선다고 보고 있었는데 뒤집기에는 지금 현재 선수 몸 상태로는 역부족이었다"며 3차전도 어렵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것이 일종의 공성계(空城計)였던 셈이다. 공성계는 아군이 열세일 때 마치 포기하고 방어하지 않는 것처럼 꾸며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계략이다. 3차전을 포기한 듯했던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을 상대로 홈구장인 김천실내체육관에서 내리 2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
도로공사는 적수 김연경을 활용하는, 반간계(反間計)까지 구사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도로공사 베테랑인 정대영과 배유나, 박정아 등은 김연경과 친분이 두텁다. 도로공사 선수들은 경기 전후에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김연경을 활용해 흥국생명을 교란시킨 듯하다.
김연경은 시상식에서 "만나는 선수들마다 엄청 엄살을 부렸는데 경기에서는 날아다녔다"고 털어놨다.
김연경이 도로공사의 반간계에 걸려든 셈이다. 반간계란 적의 간첩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허위 보고하게 하는 계략이다. 김연경이 접한 도로공사 선수들의 몸 상태에 관한 소식과는 달리 도로공사는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의 방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흥국생명은 자신들의 몸 상태를 가감 없이 노출하는 실책도 저질렀다. 2차전에서 이겨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듯 흥국생명 주전 세터 이원정은 햄스트링에 문제가 있음을 본인 입으로 실토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규리그 막판 결장했던 이원정은 2차전 승리 직후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괜찮은데 세트가 거듭될수록 힘을 잘 못 주겠다. 뛰어다니는 것도 버거운데 지금은 우승만 생각하고 있다"며 "마지막 3차전에서 이기면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원정의 이 발언은 결국 약점이 됐다. 도로공사는 이원정의 발을 묶기 위해 끈질기게 랠리를 이어갔다. 도로공사는 3~5차전 모두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상대 토스를 흔들 수 있다는 기대 속에 끝까지 따라붙었다.
허벅지에 부담이 된 듯 2차전에서 50%에 육박했던 이원정의 토스 성공률은 3차전부터 5차전까지 30%대로 떨어졌다. 5차전 막판 긴 랠리 끝에 쪼그리고 앉은 도로공사 박정아 옆에서 더 눈길을 끈 것은 코트에 대자로 드러누워 버린 이원정이었다.
도로공사의 노련한 계략은 한국 배구 역사에 남을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이는 배구여제 김연경의 은퇴를 늦추는 결과도 낳았다. 도로공사의 절실함이 김연경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도로공사에 우승을 내준 김연경은 지난 10일 통합 우승을 향한 갈망이 더 커졌다며 은퇴 계획을 철회하고 현역 생활 연장을 선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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