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는 부인했지만....금리인하 언제?

기사내용 요약
이창용 "금리 인하 종료 기대감, 과해"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최종 기준금리 수준과 금리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한은이 현재의 연 3.5%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마무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해 말 금리 인하에 돌입하는 등 미국 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로,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상 기조 종료 가능성에 대해 "금융 시장 반응에 대해 상당수 금통위원들은 기대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물가 경로가 우리가 예상하는 바가 아니면 다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위원이 5명인데 지금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돼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다만,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상 기조 종결과 금리 인하 기대로 번질 경우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내 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또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1명은 3.5%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가 인상을 열어두자는 이유는 물가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지만 앞으로도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국제유가에 어떤 영향울 미칠지,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 등에 대해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이번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지에 대해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2년 반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또 금통위원들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때문이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선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미 연준 역시 다음 달을 끝으로 긴축 기조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미 고용지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3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중반을 하회한 가운데 미국 SVB 사태 등으로 금융불안 우려가 높아지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당위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번과 동일하게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3.75% 인상 5명, 3.50% 동결 1명을 제시하며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며 "다만, 산유국의 추가 감산 소식에도 경기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는 점,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가시화 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마무리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은 이 총재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소폭 상승에 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30분 장 마감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0.039%포인트 오른 3.231%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도 0.019%포인트 오른 3.255%에 마감했다.

반면, 기준금리 결정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CD 91일물은 전장대비 0.03%포인트 하락한 3.48%에 거래를 마쳤다.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되고 연내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상당수가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올해보다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평가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이어 가고 있지만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염두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현 금리 수준은 조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된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감산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공공요금 인상 시기는 물가 부담으로 늦춰지고 있고, 경기 부진이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라며 "한은 예상 경로인 국내 경기가 연내 1% 중반 내외에 머무른다면 연내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 인하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 한은의 최종 금리 수준은 3.5%이며 하반기 이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으나, 금융 리스크가 수시로 부각될 수 있으며, 경기 하강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점차 물가보다 금융안정으로 시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통위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금리 인하에 돌입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5%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올해 연말 물가가 3%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등 경기가 부진한 탓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높은 가계부채로 대출 부실 우려까지 커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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