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해치고 사람도 공격… 제주도 들개 줄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헌 2023. 4.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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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공무원과 민간 유기동물 전문포획팀으로 구성된 '들개 포획팀'이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인근 승마장 주변에 설치해 둔 포획틀에 다가서자 들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도 관계자는 "포획틀을 이용한 들개 집중 포획은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포획 방식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현재 포획 외에 들개의 원인이 되는 유기견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외사육견(마당개) 중성화수술 지원사업과 함께 동물등록 유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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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 지역 2,000여마리 서식 추정
야생동물부터 소·말까지 피해 확산
유해동물 해당 안돼 총기 사용 불가
"포획틀 한계… 유기견 최소화 노력을"
제주 중산간 지역에 서식하는 들개들이 가축에 이어 사람까지 공격하는 일을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들개 무리. 제주시 제공

지난달 23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공무원과 민간 유기동물 전문포획팀으로 구성된 ‘들개 포획팀’이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인근 승마장 주변에 설치해 둔 포획틀에 다가서자 들개 한 마리가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포획틀에 갇힌 상태에서 낯선 사람이 접근하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극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지점은 들개 무리가 자주 출몰하는 중산간 지역으로 인근 골프장에서도 들개가 빈번하게 출몰해 민원이 끊이지 않자 들개포획팀이 출동한 것이다.


10년 전 중산간 개발 때부터 급증

봄철을 맞아 제주 중산간 지역에 번식기인 들개들이 잇따라 출몰해 피해를 주자 지자체에서도 집중포획에 나섰다. 11일 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서귀포시 지역을 중심으로 들개 101마리를 포획했다. 이날부터 21일까지 제주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들개 포획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늘어난 들개로 제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소와 닭 등 가축은 물론 노루 등 야생동물에게 지속적 피해를 주고, 사람까지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 들개가 집중적으로 출몰한 시기는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산간 지역 개발이 이뤄지면서 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고,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유기견도 함께 증가했다. 여기에 도내 농촌지역에서 대부분 목줄 없이 마당에서 키우던 개들이 유기견과 떼를 지어 몰려다니다 중산간 지역에 정착해 야생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 관계자는 “굶주린 개들이 가축을 사냥하면서 본능과 야성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들개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들개 떼가 노루를 직접 사냥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고, 최근에는 축사를 습격해 소와 송아지를 공격하고, 심지어 말 6마리를 물어 죽이기까지 했다. 특히 제주 한라산 둘레길과 올레길, 중산간에 위치한 오름과 들판, 심지어 골프장까지 들개가 출몰해 관광객과 도민을 공격하거나 위협하고 있다. 한 중산간 거주 주민은 "봄철 고사리 수확철을 맞아 중산간을 찾는 주민들이 많은데 들개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축사에 키우던 송아지가 들개떼의 습격으로 죽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자치경찰단이 포획한 들개. 제주도 자치경찰단 제공

들개 포획 한계...유기견은 매년 늘어나

도가 2년 전 처음으로 실시한 중산간 지역 들개 서식 실태 조사한 결과, 중산간 지역에 1,626∼2,168마리의 들개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들개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포획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들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유해 야생동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멧돼지 같은 다른 유해동물처럼 총기를 이용해 포획할 수 없다.

시각물_제주 유기견 발생 및 포획 현황

이 때문에 도는 들개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미끼를 뿌린 후 포획틀을 이용해 들개 포획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실제 연도별 포획 현황을 보면 2019년 453마리, 2020년 542마리, 2021년 480마리, 지난해 640마리 등에 그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경계심이 많은 들개들이 잘 속지 않아 포획만으로 들개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유기견만 5,000마리 이상이다. 들개들이 자체 번식까지 감안하면 들개 근절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도 관계자는 “포획틀을 이용한 들개 집중 포획은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 방법 외에는 다른 포획 방식은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현재 포획 외에 들개의 원인이 되는 유기견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외사육견(마당개) 중성화수술 지원사업과 함께 동물등록 유도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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