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꺾인 유럽 "공장 지어주세요"…K배터리에 끈질긴 구애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유럽이 전기차·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위해 국내 배터리 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다. 한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고 자급화를 추진했던 2~3년 전과는 상반된 태도다.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이 발효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기업의 투자가 북미에 집중되면서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스타브 스라메취카 주한 체코대사는 최근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배터리 기업과 투자유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뷰에서는 구체적인 사명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3사라고 표현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과 투자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코는 배터리회사 유치에 성공하면 소재·부품·광물 기업의 진출도 뒤따를 것으로 보고 이들 3사에 더욱 적극적인 구애를 한다고 알려진다.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에서는 부스를 차리고 자국 투자의 이점을 소개했다. 체코 외에도 스웨덴, 캐나다, 호주, 미국 8개 주 정부 등도 참가했는데, 유럽 국가의 투자유치 부스는 올해 처음 설치됐다.
업계는 체코·스웨덴뿐만 아니라 복수의 국가로부터 투자 제의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유럽 완성차 생산의 중심지인 독일과 가까우면서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유럽 국가들이 주로 투자 요청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유럽 전역에서 요청이 쇄도한다. 프랑스·영국·벨기에·스페인 및 주요 북유럽 국가로부터 신규 배터리공장 건립 논의 요청이 이어진다. 심지어 이미 전진기지를 구축한 국가에서도 추가 투자 요청이 올 정도다.
유럽은 2020년부터 현재 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친다.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배터리 자급화를 추진하겠단 건데 속내는 한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데 있다. EU 회원국 중에서도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프랑스·스웨덴·폴란드·핀란드·벨기에·이탈리아 등 이른바 '전기차·배터리 연합 7개국'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원자재·재료, 셀·모듈, 시스템, 재활용 등 각 분야에서 7~8개 핵심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을 육성하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독일 12억5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 프랑스 9억6000만유로(약 1조4000억원), 이탈리아 5억7000만유로(약 8000억원) 등 천문학적 금액이 소요된다. EU 집행부도 32억유로(약 4조6000억원)을 집행한다. 막대한 자금을 통해 한국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앞장선 국가들이 불과 3년 만에 한국 배터리 기업 유치전에 나선 셈이다.
이런 유럽의 태도 변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IRA 발효 후 한국 배터리 기업뿐 아니라 유럽에 뿌리를 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북미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유럽 산업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자, 완성차 업체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이 단시간 내 이뤄지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커니(Kearney)에 따르면 2021년 2%에 불과했던 북미·유럽 배터리 생산점유율이 2026년 18%로 확대된다. 전체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모든 지역에서의 생산량은 늘어나겠지만, 북미·유럽에 투자가 집중된다는 의미다. 유럽은 신규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고 있음을 상당히 견제한다. IRA 발효로 일부 기업이 유럽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에 선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자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EU와 주요국이 핵심원자재법(CRMA)을 도입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연대에 가세하는 모습"이라면서 "미국과 전기차·배터리 관련 관세 동맹을 체결해 완성차기업의 투자·일자리를 보호하겠단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배터리 3사 모두에게 유럽은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현재 북미 투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유럽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기존에 구축한 생산시설의 점진적 증설을 추진하면서 현지 완성차 기업과의 JV를 통해 지속해서 현지 생산량을 늘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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