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공 공관 방문’도 가짜 뉴스, 처벌 없고 이익 되니 끝나지 않는 것

조선일보 2023. 4. 12.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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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결정에 개입하려고 후보지 중 하나인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작년 3월 한 달 치의 육참총장 공관 CCTV 영상을 모두 분석했지만 천공의 방문 장면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 달 넘게 디지털 전문 수사관 10명을 투입, 영상이 덧씌워져 흐릿하고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포렌식으로 복원해서 빠짐없이 확인한 결과라고 한다.

천공의 휴대폰 위치 기록도 분석했지만 총장 공관 부근에서 그의 행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와 현장에 동행한 것으로 지목된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나 공관 관리관과 통화한 기록도 없었다. 천공의 공관 방문을 처음 얘기한 당사자로 지목된 남영신 전 육참총장은 “(천공 방문에 대해) 공관 관리관에게 보고받고 얘기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공관 관리관도 군 조사에서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천공이 공관을 방문했다는 영상이나 위치 기록도 없고, 관련자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럼 천공이 어떻게 공관을 방문했다는 건가.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같은 허위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작년 말 “천공이 3월에 육참총장 공관에 다녀갔다는 증언을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게서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남영신 육참총장이 천공이 공관에 다녀갔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주술의 나라, 천공 아니면 검찰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가 천공에서 시작됐다’ ‘천공이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에 개입했다’며 ‘천공 국정 개입설’을 제기했다. 제시한 근거는 하나도 없었다. 이번에 천공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는데도 민주당은 사과나 입장 표명 하나 없다.

정당이나 정치인이 언론인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명예를 손상시킬 주장을 하려면 사실 확인을 해야 한다. 천공 본인이나 그 주변, 등장 인물, 대통령실 등에 물어보고 그 답에 따라 다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을 떠나 사람의 기본 도리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은 사실인지 아닌지에는 관심도 없다. 그저 그럴듯하고, 대통령에게 안 좋은 이미지를 덧씌울 수만 있으면 덮어놓고 주장하고 국정조사를 하자고 한다. 그러다 가짜 뉴스로 판명 나면 모른 척한다.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도 똑같은 경우다.

이들이 가짜 뉴스 퍼뜨리기에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 것은 처벌이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이득이 있다. 청담동 가짜 뉴스를 퍼뜨린 사람들은 돈을 벌었다. 지지층은 어떤 가짜 뉴스도 무조건 사실로 믿으니 민주당이 가짜 뉴스에 책임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이 사람들이 언론에 대한 징벌적 배상을 주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제대로 사실 확인을 않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고 퍼뜨린 사람에 대해선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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